요즘 식당에 가면 원산지 표시부터 본다는 이들이 많다. 얼마 전 불거진 중국산 김치 위생 논란 때문이다. 이른바 '알몸 김치' 영상이 공개된 이후 중국산 김치에 대한 기피 현상이 커지고 있다. 문제의 영상은 다시 볼 엄두가 안 날 정도로 충격적이다. 보면서도 진짜일까 의심이 들 정도다. 물론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은 이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이번 논란에 보이는 반응은 경악에 가깝다. 중국산 김치의 존재감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중국 김치 수입량은 28만t을 넘었다고 한다. 국내 연간 김치 소비량의 15%에 달하는 규모다. 국내 김치 시장이 중국산에 잠식됐다는 얘기가 나온 지도 벌써 여러 해다. 하지만 중국산 김치는 이번 논란으로 치명상을 입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부정(不正)한 음식이 밥상에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은 공포에 가깝다.

더구나 중국산 김치 기피 현상이 커지자 원산지 표시를 속이는 식당이 늘고 있어 불안감을 더욱 키운다. 물론 모든 중국산 김치가 비위생적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먹을거리를 둘러싼 논란의 맹점은 한번 신뢰를 잃으면 회복하기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모든 제조 과정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하는 이유다.

논란이 확산되자 소비자들의 관심은 국내산 김치로 모아진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종주국의 면모를 보여줄 기회가 온 셈이다. 마침 남동구는 올해 초부터 지역 특산품을 활용한 김치 공동 브랜드 개발을 추진해 오고 있다. 지난달 대국민 명칭 공모를 통해 '소래찬'이란 이름이 정해졌다.

소래찬은 고유 지명인 '소래'와 '가득찬'의 합성어로, 싱싱하고 신선함이 가득찬 남동구 지역생산 김치를 아우르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소래찬은 앞으로 남동구에서 생산하는 김치의 공동 브랜드로 활용돼 지역 브랜드 가치 상승에 힘을 싣게 된다. 현재 BI(Brand Identity) 개발은 막바지에 이르렀고, 특허 출원 등 상표 출시를 위한 절차도 속도를 내고 있다.

소래새우젓과 천일염, 남동배 등 지역 특산품을 활용한 브랜드 김치도 선보인다. 개발 품목은 배추김치, 백김치 등 3~4종으로 남동구 특산품을 비롯해 국내산 원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무엇보다 맛좋은 김치를 내놓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당초 구민을 대상으로 품평회를 계획했지만 코로나19 여파를 감안해 직원들의 도움을 빌렸다. 구내식당에서 점심시간을 활용해 제조 방법을 달리한 두 가지 김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품평회를 가졌는데 취향이 각양각색이다. 앞으로 공동브랜드 식품개발 추진위원회, 지역 식품제조업의 의견까지 모아 최종 브랜드 김치를 선정할 예정이다. 소래찬이란 상표를 단 김치가 식탁에 오를 날이 멀지 않았다.

남동구의 '김치 사업'은 단순히 새 상표를 출원하는 것이 아니라 '남동구' 자체를 브랜드화한 사례다. 브랜딩의 대상이 김치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우리에게 김치는 음식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배추를 이용해 김치를 담그는 김장 문화는 지난 2013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즉 하나의 음식을 넘어 생활 속에 깊게 자리 박힌 문화로 인정받은 것이다. 하지만 정작 국내 김치 시장에선 국내산을 찾기가 어렵다. 품질을 보장하며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씁쓸한 현실이다.

소래찬은 우리 고유의 재료로 맛좋고 믿을 수 있는 김치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2년에 걸쳐 김치를 테마로 한 '행복나눔 김장한마당' 축제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며 가능성을 엿봤다. 나름의 축적된 노하우가 추진 동력이 된 셈이다. 우리 구는 천혜의 자연 환경 덕분에 질 좋은 특산품들이 참 많다. 김치를 만드는데 꼭 필요한 재료다. 그 자체로도 훌륭한 상품이지만, 브랜딩을 통해 더 많이 알려지고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을 수 있다는 점이다. 소래찬을 생산하는 장소는 식품제조업소지만, 구의 철저한 관리 감독이 병행된다. 소비자에게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서다. 말만 무성했던 남동구 김치가 곧 선을 보인다. 중국산에 잠식된 국내 김치 시장에서 '소래찬'이 보여줄 가능성을 믿는다.

 

/이강호 남동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