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소프트볼 역사가 30년이 훌쩍 넘지만 국제대회에서 입상한 적이 한번도 없을 만큼 지금까지는 고전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남은 시간 열심히 준비해서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반드시 입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근 4전5기 끝에 여자 소프트볼 국가대표 지휘봉을 잡은 노종우(52) 인천시체육회 감독은 야구선수 출신으로 1992년부터 1997년까지 프로야구단 LG트윈스와 현대유니콘스에서 활약했다.

은퇴 후에는 부천고등학교와 서울문화예술대학교 등에서 야구 지도자 생활을 이어가다 2014년 인천시체육회 소프트볼 감독에 취임했다.

그는 아래에서 위로 던지는 소프트볼 투구의 특성 때문에 배트를 아래 방향으로 휘두르는 타격 방식이 고정관념으로 굳어져 대세를 이루던 시기, 안타가 많이 나올 수 있는 이상적인 탄도(타격 후 공이 날아가는 각도)를 만드는 야구의 스윙 각도를 접목, 팀의 타격 능력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했다.

이를 통해 노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지난 8년 동안 인천시체육회 소프트볼팀의 평균 타율은 5할을 넘겼고, 2017년 시즌에는 22개의 홈런을 뽑아내는 등 타격이 강한 팀으로 성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인천시체육회 소프트볼팀은 회장기 3연패(2017∼2019) 등 거의 매 시즌 전국대회에서 우승하며 국내 강자로 자리잡았다.

그의 지도 아래 인천시체육회 에이스인 정나래(투수)와 타자 장세진(유격수), 이경미(3루수) 등은 국가대표팀의 핵심 선수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2019년 12월 체육진흥유공자(인천광역시장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소프트볼 국가대표 1군 15명 중 8명이 인천시체육회 소속인 상황이 이같은 노 감독의 지도력과 위상을 잘 보여준다.

이런 성과는 노 감독이 이번에 국가대표 지휘봉을 잡는데 큰 기여를 했다.

그는 “우리나라 소프트볼의 경우 투수 자원은 좋은 편이다. 그런데 항상 공격력이 문제였다. 우리나라 여자 소프트볼 경기에서 나오는 평균 안타 수는 2∼3개에 불과하다. 공격력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국제 무대에서 존재감을 과시할 수 없다. 앞으로 국가대표 훈련 과정에서도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지적하고 지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감독은 우선 오는 7월 열릴 예정인 캐나다컵 출전을 대비해 5월 20일부터 1군 선수들과 함께 담금질을 시작한다.

이 대회에는 미국이나 일본 등 강팀들이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우리 팀의 기량을 점검하는 한편 경쟁 팀들을 전력을 탐색할 기회다.

이어 2022년 상반기 중 일본 전지훈련 및 현지 팀들과의 연습 경기 등을 통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그는 “아직 국제대회에서 입상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항저우 아시안게임 입상을 목표로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다만, 장기적으로 소프트볼 종목의 국내 활성화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국제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없다는 것은 냉정한 현실이다.

현재 전국에 실업팀 6개, 대학팀 5개, 고등학교팀 8개, 중학교팀 6개에 불과한 우리나라 소프트볼은 토대가 척박하다보니 아시아에서 일본과 중국, 대만 등에 밀려 5∼6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세계 무대로 대상을 넓히면 20위권 밖으로 밀려난다.

노 감독은 “솔직히 국제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에는 국내 소프트볼 토대가 빈약하다. 중고등학교 팀이 더 많이 생겨야 한다. 우리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을 계기로 국내 소프트볼 이 저변이 넓어지기를 기대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글•사진=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