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북부에서 지역을 옮겨가며 지자체가 지원하는 사업을 따내고는 시민들 세금만 착복하고 잠적해 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그간에도 유사한 사건들이 드러난 바 있지만 이번 사례는 처음부터 의도적이고 상습적이라는 측면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지자체는 시민들 세금을 재원으로 각종 공공지원사업들을 운영한다. 그런데 그 업무 수행이 얼마나 허술했으면 이런 일이 다 일어나는 것인가.

포천•양주 지역에서 지방재정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사업자가 잠적해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자체들이 입은 피해액도 수십억원에 달하는 데다 사기 행각에 포천•양주시와 지역 정치인도 속수무책 당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더 크다.

포천에서 바이오 회사를 운영하던 이 사업자는 지난 2015∼2019년 조사료(粗飼料) 지원 사업을 통해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았다고 한다. 조사료는 목초, 건초, 사일리지 등 지방이나 단백질 함량이 적고 섬유질이 18% 이상 되는 사료로, 특히 초식동물 가축은 생리적으로 어느 정도의 양은 유지되어야 해서 정부가 그 생산을 지원한다. 그러나 이 사업자는 조사료 상차 시간을 허위로 작성하는 등 편법을 동원해 수십억원의 지원금을 더 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을 포착한 포천시의회가 포천시에 감사를 요청, 담당 직원이 현장을 직접 확인토록 했지만 관련 부서는 제대로 감독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이 사업자는 2018년부터는 양주로 자리를 옮겨 예산이 지원되는 로컬푸드 사업에 손을 댔다. 양주시는 2015년부터 지역 농산물 판매 촉진을 위해 8억원의 예산을 들여 로컬푸드 활성화 사업을 벌여왔다. 그러나 이 사업자는 2곳에 로컬푸드 매장을 여는 과정에서 양주시에서 3억1700만원을 지원받고도 매장 공사비 등을 공사업체에 지불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로컬푸드 매장에는 가족을 취업시켜 시 보조금을 받았으며 양주시의회 의원의 가족도 직원으로 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로컬푸드 가게는 올해 초 폐점됐고 사업자는 잠적 상태다. 곧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온다지만 지자체의 예산지원사업들이 한탕을 노리는 이들의 봉이 된 셈이다. 이래서야 생업에 쫓기면서도 세금을 내는 시민들 볼 낯이 없을 것이다.

/인천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