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추홀구 학익동 호미마을에서 만난 유물 '연탄보관함'

얼마 전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호미마을 후미진 골목에서 '유물'을 발견했다. 그 물건의 용도를 바로 알지 못했다. 뚜껑을 열어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 연탄보관함이었다. 예전에 연탄은 필수 연료였다.(지금도 일부 가정의 중요한 연료다) 눈과 비를 피해야 했기 때문에 연탄광이 따로 있었다. 부엌이나 변소 한켠에 쌓아두기도 했다. 집안에 마땅한 공간이 없으면 골목에 판자로 만든 연탄광을 만들기도 했다.

이러한 불편을 해결해준 것이 바로 연탄보관함이다. 그날 골목에서 만난 연탄함은 꽉 채우면 100장의 연탄을 넣을 수 있는 크기였다. 이 연탄함은 1980년대 연탄공장(연탄판매소)에서 보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단골들에게 서비스 차원이나 판촉용으로 제공했을 것이다.

골목을 걷다 보면 과거를 더듬어볼 수 있는 물건들을 종종 만난다. 시멘트 깡통 역기, 물지게와 초롱, 뻐꾸기시계, 석유 곤로, 자개장 등 얼마 전까지 우리의 손때 묻은 생필품들이 문밖에 버려졌거나 빈집에 쓰레기로 남아 있다. 어찌 보면 이것들은 가까운 미래에 우리 생활사의 소중한 '유물'이다. 고려시대 도자기나 조선시대 장신구도 그렇게 사용되다가 버려진 것들이다.

공룡시대에만 화석(化石)이 있는 것이 아니다. 도시에도 화석이 있다. 걷다 보면 평소에 보지 못했던 '화석'들을 만나게 된다. 오래된 간판, 전봇대, 담벼락, 창틀, 함석지붕, 나무 대문, 표찰, 벽보, 빨랫줄, 가스통, 낙서한 담장, 평상, 점집 깃발, 문패, 계량기 등 한 도시의 이력과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고고학 유적 발굴지에 토층(土層)이 있다면 도시 골목에는 시층(時層)이 있다. 한 동네에 조선시대, 개화기, 일제강점기, 산업화 시기까지 시간의 흐름이 켜켜이 뒤섞여 공존한다. 그 위에 지금 이 시간을 살고 있는 우리가 서 있는 것이다. 골목 걷기는 고고학 탐사와 유물 발굴의 일환이기도 하다.

/유동현 인천시립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