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넘쳤을 때 비로소 주위를 이롭게 한다
▲ 물(水수)은 그릇(皿명)에서 넘쳐흘러야 주위를 이롭게(益익) 할 수 있다. /그림=소헌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학자 대부분은 ‘E.H.카’가 쓴 역사서를 말할 것이다. 이 책은 영화 ‘변호인’을 통해서도 일반에게 잘 알려졌다. 학생들이 읽음으로써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증거가 된 중요한 책이다. 검사는 러시아 공산주의자가 쓴 불온서적이라 했는데, 실제는 러시아에 외교관으로 간 영국인이라는 변호인의 말을 듣고 뻘쭘한 표정을 지은 모습이 떠오른다. 저자는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定義했다.

 

“홍익인간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교육지표로 삼기 어렵다”는 논리를 들어 교육기본법에서 삭제하자는 법률안을 낸 민형배 의원 등이 철퇴만 호되게 맞고 철회했다. 필자는 민족사학을 추구하는 자로서 마음을 놓았으나, 한편으로는 역사에 무지한 위정자들만 탓해서는 근본을 깨우칠 수 없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왜 그런지 보자. ①홍익인간은 고조선 건국신화(神話)에 나오는 건국이념이자 교육법이 정한 교육기본이념(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②삼국유사의 고조선 건국신화에 나온다(표준국어대사전). ③홍익인간 사상은 단군신화에 나오는데(통합논술사전). ④고조선의 건국신화와 홍익인간(에듀넷). 이해하였는가?

 

귀신종도(鬼神種稻)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분명하지 아니하게 우물우물 말하는 소리를 비유하는 4자속담이다. ‘역사歷史’란 인류 사회의 변천과정이나 흥망에 대한 기록으로서 이치에 닿지 않는 엉뚱하고 쓸데없는 이야기를 적은 ‘신화神話’가 아니다. 史/_(사)는 활비비(줄에 자루를 걸어 밀고 당기며 구멍을 뚫는 송곳)로 거북이 등(口)에 구멍을 뚫으며(_) 글을 쓰는(又) 사관을 뜻한다. 역사는 공정한(中) 기록(又)이며 홍익인간弘益人間은 실재實在 역사다. “한국민족이 낳은 홍익인간이라는 단군의 통치이념은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완벽한 법률이다” (게오르규 <25시> 저자).

 

弘 홍 [넓다 / 크다]

 

①갑골문에서 弓(궁)은 끈 없는 활대로 그려졌다. 이 모습이 人(인)과 혼동되어 나중에는 아예 활줄에 화살까지 넣어 夷(큰 활 이)라는 글자를 만들었다. ②弓(궁)은 한자의 주인이 한민족임을 증명하는 글자로서 ‘어진 사람’이며, ‘복희’와 ‘여와’를 뜻한다. <참전계경>에는 여와가 흙을 이겨 사람 형상을 만들고 혼을 불어넣었다고 기록되었다. ③弘(홍)은 활시위(弓)를 당기기 위해 팔꿈치(_사)를 최대한 크게 넓히는 모습이다.

 

益 익/일 [이롭다.더하다(익) / 넘치다(일)]

 

①益(익/일)의 부수는 皿(그릇 명)으로서 그릇이나 대야에 물이 더해져 넘치는 모습이다. ②농업을 근간으로 삼은 우리민족은 성품이 선하여 내 논(皿)에 있는 물(水)도 남에게 더해주어 이롭게(益익) 하였다. ③‘물이 넘치다’로 쓸 때는 ‘일’로 발음하는데, 구체적으로 _(수)를 더하여 溢(넘칠 일)을 새로 만들었다. 남의 글자를 빌려 간 중국인의 발음은 모두 똑같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弘益人間은 환웅으로부터 시작된 건국이념으로서 교육이념을 넘어 인류사회에 있어 가장 위대한 사상이다. 여기에서 민본사상이 잉태되었으며, 고스란히 사람(人)이 곧(乃) 하늘(天)이라는 동학의 인내천사상으로 전해졌다. 물이 그릇 안에만 있어서는 역할을 할 수 없고 그곳에서 넘쳐흘러야 주위를 적실 수 있다. 위정자는 덕으로써 인민을 공경하는 경민(敬民)정치를 실현해야 하고, 아울러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는 자유와 평등을 조화롭게 누려야 한다. 최소한 남의 밥그릇에 물 말아 놓는 짓은 하지 말자.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