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연습장 없고, 수업 때문에 실업선수보다 훈련량 절대 부족한 현실 딛고 이뤄낸 기적
▲ 김명선 감독과 장민희(오른쪽). 이들은 교내에 전용연습장이 없어 주말도 반납한 채 떠돌이 훈련을 해야 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인천대학교 개교 이후 처음으로 올림픽 대표를 배출하는 기적같은 성과를 이뤄냈다.

“우리나라 여자양궁 대표팀은 오는 7월 도쿄에서 여자 단체전 종목에서 올림픽 9연패에 도전한다. 내가 그 일원이 됐다는 것이 꽤 부담스럽지만 결국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앞으로 잘 준비하겠다.”(장민희 선수)

“교내에 전용연습장이 없어 항상 떠돌이 훈련을 해야 하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뤄낸 성과라 더 기쁘고 자랑스럽다. 다른 팀이 쉬는 날 여기저기 찾아가 훈련하느라 선수들이 더 이상 고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김명선 감독)

 

인천대학교 개교 이래 처음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며 개인은 물론, 학교의 명예를 드높인 장민희(4학년)는 인천 갈산동에서 태어나 갈월초교, 부일중, 인일여고를 졸업하고 현재 인천대에 재학 중인 인천 토박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방과 후 또 공부하러 학원에 가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던 어린 장민희는 학교에 남아 서성이다 우연히 양궁을 접했다.

당시 선생님의 권유로 활을 쏴봤는데 재미를 느꼈고, 그렇게 양궁선수가 됐다.

중학생 때까지 그는 선수로서 큰 압박을 느끼기보다, 그저 즐거운 취미처럼 부담없이 양궁을 즐겼다.

그래도 중학교 2학년 때 전국대회(시도대항, 중고연맹회장기)에서 2번이나 우승을 하고 여러차례 입상하는 등 양궁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다 장민희는 고등학교에 진학해 이선영 감독(당시 인일여고/현 인천시청 감독)을 만나면서 진짜 선수가 됐다.

“고등학교 때 선수생활을 했건 것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그 때 본격적으로 성적이 나면서 양궁 선수로서 자부심을 느꼈고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어요.”

장민희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대통령기 등 2회 우승을 시작으로 2학년 때 전국체전 등 5회 우승, 3학년 때 전국시도대항양궁대회 등 전국대회에서 무려 9번이나 우승을 차지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당시 선수로서 자부심을 느끼며 활약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고교시절 스승이자 인일여고 대선배인 이선영 감독님께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졸업 후 이 감독님이 현재 지휘봉을 잡고 있는 인천시청에서 다시 한 번 사제지간으로 지낼 수 있다는 상상을 가끔 하기도 한다.”

이후 인천대에 진학해서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던 장민희는 2019년 말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뽑히는 영예를 안았다.

이후 꾸준히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하다 최근 국가대표 남녀 각 8명이 경쟁하는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당당히 2위로 2021년 도쿄올림픽 양궁 대표팀에 승선하는 쾌거를 이뤘다.

“선수생활 중 이번에 올림픽 대표로 선발되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그는 “확정 후 부모님은 물론, 친구들로부터 ‘대단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처음에는 올림픽 대표팀에 꼭 들어가야겠다는 생각보다 ‘좋은 경험을 한다’는 마음으로 선발전에 나섰는데 시합을 하면서 좋은 결과가 나왔고, 부담이 있었지만 자신감이 생기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다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역시 인일여고 선배이신 현 김명선 인천대 감독님의 지도와 조언이 나에게는 늘 힘이 된다. 감사하다. 이제 우리나라 여자양궁 대표팀은 오는 7월 도쿄에서 여자 단체전 종목에서 올림픽 9연패에 도전한다. 내가 그 일원이 됐다는 사실이 꽤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결국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앞으로 잘 준비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 과정을 고스란히 옆에서 지켜본 김명선 인천대 감독 역시 만감이 교차한다.

장민희의 인일여고 11년 선배인 김명선 감독은 “민희가 세계대회나 올림픽에서 입상하는 것보다 국가대표에 뽑히는 것이 더 어렵다는 ‘양궁’ 종목에서 태극마크를, 그것도 국가대표 8명 중 상위 3명만 가능한 올림픽 대표팀에 뽑혀 너무 기쁘고 대견하다. 특히, 학교에 전용연습장이 없어 주말도 반납하고 떠돌이 훈련을 해야 하는 환경 속에서도 이같은 기적을 이뤄냈다는 것이 참 기특하고 대단하다. 더욱이 대학 선수는 수업을 모두 마치고 운동을 해야 해 실업선수보다 절대적으로 운동량이 적을 수밖에 없는 어려운 현실까지 모두 이겨내고 극복한 위대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실제, 전국 17개 양궁팀을 운영하는 대학 중 전용연습장이 없는 곳은 인천대를 포함해 5개 학교 뿐이다.

이어 “보통 여자선수들이 쓰는 40파운드, 또는 42파운드 활보다 더 많은 힘과 기술이 필요한 44파운드 활을 사용하는 민희는 키도 크고 힘이 좋다. 타고난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다. 44파운드 활을 다루려면 그만큼 힘이 들지만 집중력을 발휘하는 고된 훈련을 통해 항상 이를 감당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멋지다. 앞으로 1∼2번은 더 올림픽에 나갈 수 있을 만큼 좋은 선수”라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김명선 감독은 “민희같은 훌륭한 선수를 발굴하고 키워주신 조경미 갈월초등학교 코치님과 이선영 감독님을 비롯해 양운근 총장님(직무대행), 신원태 체육진흥원장님, 우제대 팀장님 등 학교 관계자들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글•사진=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