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전 1시쯤 남양주시 화도읍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과 경비원이 싸운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이 출동했을 때 40대 주민은 손에 테이프로 흉기를 고정한 채 경비원에게 휘두르고 있었다. 에어컨 실외기에 새 배설물이 떨어진다고 경비원에게 항의하다 사단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 3월에는 안산시 한 아파트 동대표가 경비원을 인도에 있는 개똥과 나란히 서게 한 후 사진을 찍었다. 개똥도 안치우고 뭐하느냐는 의미였다고 한다.

지난 15일에는 아파트 관리소장을 살해한 60대 입주자 대표가 징역17년을 선고받았다. 입주자 대표는 관리소장이 관리비를 횡령했다고 의심했으나, 조사 결과 횡령은 없었다.

경비원은 하인 취급받기 일쑤다. 경비업무 외에 택배관리, 분리수거•청소, 주차관리 등도 해야 자리를 잃지 않는다. 대신 입주민의 횡포를 일상사처럼 접해야 한다. 갑질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최근 5년 동안 전국 아파트에서 경비원이나 관리소 직원을 상대로 한 입주민의 폭언과 폭행 사례는 3000여건(주택관리공단 통계)에 달한다. 사건화되지 않은 것까지 따지면 짐작조차 어렵다. 국민의 절반이 아파트에 산다. 아파트관리인(경비원•직원)에 대한 횡포는 아파트 시대의 그늘이자 종양이다.

경비원은 “(입주민이) 고르기도 쉽고, 다루기도 쉽고, 자르기도 쉽다”는 의미에서 '고•다•자'로 불린다고 한다. 아파트관리인을 '입주민의 시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 생사여탈권을 쥔 것처럼. 생활공간인 아파트에서 비인간적인 일이 상습적으로 벌어지는 것은 야만적이다.

그럼에도 경비원•관리소장 자살 등이 발생했을 때만 사회적으로 반짝 관심이 일었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었다. 지난해와 올해 아파트관리인이 자살하거나 살해된 것은 모두 5건에 달한다.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을 때 분노하는 것만으로는 아파트관리인들의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 아파트관리인의 인권과 복지를 법이나 제도로 보장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아니면 시민단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 사회적 이슈에 나서기를 주저하지 않는 시민단체들이 유독 이 문제에는 침묵하고 있다. 아파트의 그늘에 갇힌 사람들을 외면한다면 시민단체 자격이 없다.

/인천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