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지 1년 하고도 석달을 지나고 있다. 1차, 2차, 3차 팬데믹을 거쳐 4차 팬데믹에 대한 불안감까지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민 절반이 코로나19로 인한 만성적 불안감이나 우울감을 느끼는 '코로나 블루'에 시달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10명 중 1명은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다는 것이다.

경기연구원이 전국 17개 광역시 2000명 대상의 설문조사 결과를 담은 '코로나19 팬데믹 1년 경과, 멘탈데믹(정신건강 팬데믹) 경고'를 내놨다. 55.8%가 '코로나19로 인해 불안•우울하다'고 답했다. '수면의 질이 나빠졌다'능 응답도 30.6%에 달했다. 정신과적 진료가 필요한 우울증 위험군과 불안장애 위험군도 각각 17.7%, 12.7%로 나타났다. 여성(우울증 19.9%, 불안장애 14%)이 남성(우울증 15.5%, 불안장애 11.3%)보다 심각했다. 연령별로는 우울증은 20대와 60대 이상에서, 불안장애는 20대와 30대에서 상대적으로 더 심각했다. 특히 20대가 보다 취약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응답자의 8.3%는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기도 했다. 경제적 어려움이나 스트레스, 고립감, 인간관계 단절, 직장생활 문제 등이 주된 이유였다. 코로나19 확진에 대한 두려움도 컸다.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지나친 경계와 심리적 격리 등)'이 존재한다는 응답도 78.1%에 달했다. 이들은 다른 이들보다 불안•우울•스트레스에 더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문에 심리적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정신건강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응답도 73%에 달했다.

막연히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우리 국민들이 한층 심각하게 정신적으로 짓눌려 있다는 얘기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낙인은 불안을 넘어 두려움의 대상이 돼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 방역정책 신뢰성을 높일 것을 주문한다. 심각한 사회적•심리적 고립을 초래하는 '코로나19 낙인' 해소를 위한 정책적 노력도 시급해 보인다. 몸과 마음이 함께 지쳐가는 우울한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들의 마음 건강을 위한 공공 서비스가 절실한 시점이다.

/인천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