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은 부작용 문제가 제기된 코로나 백신 아스트라제네카(AZ) 접종을 지난 8일 중단했다가 12일 재개하면서 30세 미만은 접종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면서 접종으로 인한 이득보다 위험(희귀 혈전증 발생)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것이다.

이 말이 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AZ 백신의 부작용 위험성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국이 만든 분석표를 보면 20~29세는 이득보다 위험이 월등히 높았고, 30~39세는 이득이 위험보다 다소 높았다. 40세 이상은 이득이 크게 높다. '위험'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등장한 것은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생명과 관련된 사안에 예방약의 득실을 따지는 분석이 나왔다는 자체도 희한하다. 그만큼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이후 국민들 사이에 접종을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AZ 백신 접종 전부터 부작용 문제가 대두되기는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정부 발표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한 지인은 “정부 발표는 30세 이상도 부작용 위험이 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은 “생각이 복잡해졌다. 정부의 말은 안 맞는 것보다는 맞는 게 낫다는 얘기처럼 들리는데 이래서야 접종할 마음이 생기겠느냐”고 반문했다. “접종을 채근하는 게 협박처럼 들린다”는 말까지 나왔다.

딜레마다. 정부가 안전한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접종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충돌하고 있다. 이러니 국민들만 피곤하다.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서는 정부 방침을 따라야 하겠지만 마음은 불안하니 진퇴양난이다. 안전성이 입증된 화이자_모더나 백신이 남아돌아 3차 접종까지 추진하는 미국이 부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병의 치료와 예방에 있어 대상자의 심리상태가 중요하다. 믿음이 있어야 처방을 잘 따르고, 그것이 궁극적으로 효능을 발휘한다. 그래서 환자에게 신뢰를 주는 의사가 '명의'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정부는 명의는 커녕 돌팔이 수준이라는 것을 스스로 드러냈다. 서둘러 안전한 백신을 확보하지 못했으며, 지금도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러니 국민들이 백신 접종 결정을 쉽게 못내리고, 아는 사람을 만나면 “백신 맞을거냐”고 떠보기 일쑤다.

방역은 제법 잘 했는지 몰라도 백신 문제는 낙제점이라는 얘기마저 나온다. 정부의 업보다. 유럽에 있는 세르비아는 인구의 2배쯤 되는 화이자_모더나 백신 물량을 확보해놓고 외국인에게도 무료로 접종하고 있다고 한다. 백신 접종을 놓고 '이득'과 '위험'을 따지는 나라에 살다보니 귀가 솔깃해진다.

 

/김학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