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녀인 A씨 부부는 지난해 여름부터 인천 부평구 일대 모텔 여러 곳을 전전했다. 긴급생계지원금을 받을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던 부부는 이사를 앞두고 마땅히 머무를 곳이 없어서 모텔을 찾았다고 했다.

당시 이들에겐 1살짜리 남자아이가 있었고 A씨 뱃속에는 여자아이도 자라고 있었다.

모텔 살이가 지속되면서 A씨 부부는 올 2월 중순 모텔에서 출산을 하는 상황도 맞게 된다. 다행히 현장에 도착한 119구급대원의 도움을 받아 건강한 딸아이를 낳을 수 있었다. 그렇게 B양의 모텔 생활도 시작됐다.

A씨는 심한 지적 장애를 앓았지만 분유량을 매일 꼼꼼히 기록하는 등 모성애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고 한다.

이 가족이 머물던 모텔 주인은 “A씨 부부가 모텔을 전전하며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아이를 키운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육아를 방기하진 않았다”며 “오히려 부부가 부족한 여건 속에서도 아이를 키우는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달 6일 이 가족에게 예상치 못한 불행이 찾아왔다. 당일 지자체 공무원과 경찰이 이들이 머물던 모텔을 방문해 위기 가정 여부를 살피던 중 경찰이 A씨에게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사실을 확인하고 그를 체포한 것이다.

지난해 7월 1150만원 상당의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씨가 한 차례도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던 게 화근이었다. 여러 모텔을 전전한 탓에 법원이 보냈던 피고인 소환장 대부분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졸지에 어린 남매는 엄마를 잃게 됐고 양육 환경은 최악으로 치닫게 된다. 홀로 남은 A씨 남편은 좁은 모텔 방에서 어린 남매를 돌봐야 했다.

결국 남편은 이달 13일 0시3분쯤 “딸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고, 경찰 수사 결과 아동학대 중상해 혐의가 드러났다. 친부 학대로 머리를 크게 다친 생후 2개월 B양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8일째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혼자 남겨진 B양 오빠(2)는 현재 미추홀구 한 보육시설에 입소해 생활 중이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과 경찰, 지자체 모두가 각자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남동구는 B양 치료비 지원과 A씨 출소를 대비한 주거 공간 마련 등 다양한 후속 대책도 내놨다.

그러나 지자체와 경찰이 위기 가정을 발견한 시점에 이런 도움의 손길이 즉시 닿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A씨를 체포한 경찰이 이들의 딱한 사정을 검찰이나 법원에 전달해 석방 절차를 밟게 해줬다면 하는 아쉬움이, 지자체 공무원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즉각 어린 남매를 아동보호시설에 입소시켰다면 하는 안타까움이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위기 가정을 발굴하고 보호하는 데 있어 기관 간에 높게 쳐져 있는 칸막이와 여전히 더디게 작동하는 위기 아동 보호 시스템 등은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박범준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