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의 대가인 프로이트는 인간의 의식은 정신활동의 전체 가운데 미비한 빙산의 일부일 뿐 깊은 심층의 세계는 무의식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주장하였다. 의식인 정신세계는 일관적이지 못하고 매 순간 상황에 따라 변하고 자신의 말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유혹 앞에서는 바람처럼 흔들리는 것이 인간의 의식이다. 특히 결혼의 맹세나 결심은 인생 끝까지 지키기가 어렵다.

정신분석의 치료는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과정'이라고 한마디로 말할 수 있다. 유명한 안나 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히스테리 환자인 안나는 잊고 있었던 불편한 사건의 경험들을 기억해내고 대화 속에서 자신의 응어리들이 풀어지면서 부정적인 에너지가 방출하는 기능과 정화의 기능으로 신체화된 증상이 사라진 경우였다. 안나는 바닥에 놓인 컵 안의 물을 개가 핥아먹는 모습에 강한 혐오감을 느낀 것을 떠올렸다. 그 이후부터 물을 먹을 수 없는 증세가 히스테리로 나왔던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결혼한 60대의 남성 내담자가 지금 아내를 밀어내고 새로운 여자를 사귀고 싶다는 강한 충동들은 의식으로는 말이 안되는 것이다. 그러나 무의식 수준에서는 왜 지금 그런 충동이 나오는지 무엇을 진정으로 관계에서 원하는 것인지, 새로운 여자는 자신의 삶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무엇과 연결되어 있어서 나오는 것인지, 무의식 속에 있는 진정한 환상이나 소망이 무엇인지 모두 무의식의 탐색이 필요하다.

윤리나 규범을 중시하는 초자아와 자아의 충돌이 일어나고 본능적인 원초아와 자아의 대립이 되는 갈등과도 맞서 싸워야 한다. 종종 자신의 내면세계에서 올라오는 충동, 감정, 사고, 외부의 자극, 유혹, 모두 맞서서 상대해야 한다. 자아는 바로 이런 갈등들을 처리해 내는 능력이 있다고 보고 자아를 강화하는 것이 치료의 목적이라고 본다.

내담자의 무의식 세계로의 여행은 과거의 미지의 세계를 탐색하듯이 무의식 세계로 직접 들어가는 것으로 자유연상이나 꿈 분석, 단어연상, 이미지를 시각화해서 대화를 나누므로 무의식의 의식화는 가능하다. 또 하나는 의식 안에서의 편안한 대화로 의식의 자료들을 꺼내놓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식 확장이 가능할 수 있다. 지금 떠오르는 기억들, 신체가 지각하는 증상들, 의식의 혼란상태, 갈등상황 등에 대처하는 방어 방식들, 정신이 억눌려 있고 생명의 에너지는 다운된 상태들로 그냥 진솔하게 이야기만 하여도 긴장에너지가 빠져나가고 편한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의식 안에서의 진솔하고 수용되는 공감적인 대화는 내담자의 의식을 무의식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의식을 확장시키고 명료하게 하는 기능이 된다.

현대심리학자인 코헛(H, Kohut)은 자아영역의 확장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다른 삶의 경험들을 통해서 좋은 대상으로부터 애정과 관심, 지지를 받는 것, 존경대상을 동일시하며 따라가면서 삶의 동기가 올라가고 목표가 생긴다. 그룹 안에서 서로 일체감을 느끼며 소속감을 갖는 것, 그리고 종교나 예술을 통한 신체활동, 영적 신비체험, 정치, 경제, 사회문화 활동의 참여들은 모두 개인의 자아를 더 확대시킨다. 건강한 심리구조는 타인과의 정서적인 관계경험이 공감적으로 이루어 질 때에 가능하다고 말한다.

감정적인 경험의 채널들이 긍정적으로 보장이 될 때에 안정감도 찾게 된다. 변화는 감정적인 경험들이 좀 더 여유와 지지, 위로와 소망들을 채우는 것들로 이루어질 때에 현실 속에서 좌절도 회피가 아니라 함께 경험할 때가 유아 수준의 정신구조가 성인 수준의 정신구조로 성장할 수 있다.

 

/김혜숙 백석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