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한번 오는 저 배는 무슨 사연 싣고 오길래.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마음마다 설레게 하나.”

인천시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 가사는 바로 1979년에 발표된 김트리오의 노래 ‘연안부두’ 노랫말이다. 2016년 인천시민이 가장 사랑하는 노래로 선정되며 발매 30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여전히 시민의 사랑을 받는 까닭은 이 곡에 담긴 ‘한(恨)의 정서’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이 곡을 쓴 작사가 조운파 선생은 나처럼 충청도 출신인데, 학창시절 인천에 이사 왔다고 한다. 종종 연안부두에 앉아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당시 연안부두에 오가는 배, 또 그 배를 타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영감을 얻어 이 곡을 작사했다고 한다. 연안부두를 통해 인천과 수도권 주민은 섬으로 떠났다. 인천에 조운파 선생 같은 충청도가 고향인 분들이 많은 이유도 바로 선박을 통한 왕래가 활발했기 때문이다.

어쩌다 한번 오는 이 ‘배’는 섬사람들에게 어떤 존재일까. 답은 명약관화하다. 섬사람들에게 배는 삶 자체다. 섬사람들은 배를 통해 소통하고 세상을 만난다. 감격적인 해후도, 애절한 이별도, 발 동동 굴러야만 하는 아픔을 모두 마주하는 선박은 그야말로 섬사람들에겐 ‘삶’ 자체라 할 수 있다. 삶이 있는 공간이기에 기상 상황과 관계없이 오고가길 간절히 희망한다.

그러나 현실에선 기상상황에 따라 삶 자체가 멈추는 일이 섬사람들에게 종종 발생한다. 날씨에 따라 결항되며 섬사람들의 발목을 잡기 일쑤고, 소형 쾌속선으로는 온전한 생활조차 보장받지 못할 때가 부지기수다. 이는 현재 국토의 최북단인 백령_대청_소청도를 품고 있는 우리 인천시가 직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 국토의 최북단인 백령, 대청, 소청도를 운항하는 여객선은 하모니플라워호(2071t)와 코리아킹호(534t), 웅진훼미리호(452t)등 총 3척이다. 이중 유일하게 3m 정도의 파도에도 운항이 가능한 카페리 여객선이 ‘하모니플라워호’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해운법상 선령 제한 기준에 따라 오는 2023년 5월이 되면 운항을 멈춘다.

지난해 2월부터 해양수산부는 ‘여객선 준공영제 사업자 공모’를 통해 인천~연평 항로를 여객선 준공영제 사업 노선으로 선정해 정부가 직접 손실을 보전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백령도 항로는 여름철 관광객이 몰려 적자항로가 아니라는 이유로 준공영제 항로에서도 제외됐다. 이는 성수기와 비성수기의 여객 편차가 반영되지 못한 결과이다.

나는 평소 위기는 늘 기회를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선령 제한에 따른 운항 중단의 위기를 국비 확보라는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대형 여객선을 준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연안여객 운송의 공공성을 중시해 국가와 공공부문이 서비스 개선과 안전 관리 등을 위해 선사의 경영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거나 지원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노르웨이와 같이 연안여객 항로를 국가 간선도로로 간주해 지원하는 방안도, 주요 항로는 입찰을 통해 민간업체를 선정하는 방안도, 미국 워싱턴주와 같이 주정부가 직접 연안여객 선사를 운영하는 방안도 모두 우리 인천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다르지 않다.

‘접경지역 지원특별법’의 사회간접자본 지원 조항을 활용해 국비 확보로 지자체가 직접 선박을 건조할 의지도 있다. 민간 영역에만 맡길 일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과거 옹진군에서는 직영으로 운영한 경험도 있다. 이에 더해 안정적인 운항을 위해 3000t급 여객선을 건조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선진국의 주요 사례와 운영 방식을 두고 손익을 분석 중에 있다. 선박 건조까지 소요될 기간에도 섬 주민들의 삶이 멈추지 않도록 민간 위탁 등의 방식도 함께 고려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북단 영토를 실효적으로 점유 중인 섬주민들에게 배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삶 자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보다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할 때이다. 위기는 바로 기회다.

 

/조택상 인천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