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별 상호연관성 다루는 '리브레토' 열어
서양화가 황시현의 대표작들과 가구공예가 아들인 윤재훈의 가구가 어우러진 양평의 새로운 문화공간 '갤러리 익재'. 남편인 미술평론가 윤익영은 문화강좌로 이 공간을 채운다.
서양화가 황시현의 대표작들과 가구공예가 아들인 윤재훈의 가구가 어우러진 양평의 새로운 문화공간 '갤러리 익재'. 남편인 미술평론가 윤익영은 문화강좌로 이 공간을 채운다.

양평군 양평읍 백안리 330-1. 옛 시골장이 섰던 마을이어서 '장골마을'로도 불리는 마을 안쪽에 숨은 카페 갤러리 익재. 이곳의 주인은 미술사학자이자 평론가인 윤익영과 서양화가 황시현 부부다.

지난 3월에 문을 연 갤러리 익재에는 황시현의 대표작들이 전시되고 있다. 그녀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입술과 의자를 모티브로 한 작품들과 파리 유학 시절의 작품들로 꾸며졌다. 범상치 않아 보이던 카페의 테이블과 의자들은 부부의 아들로 용문에서 가구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윤재훈의 작품들이다. 어머니의 그림과 아들의 가구로 가득 찬 이 공간에서 커피를 내리는 이는 화가의 남편이자 가구공예가의 아버지인 윤익영 평론가다. 한국미술평론가협회의 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윤익영의 역할은 커피를 내리는 일과 함께 이 공간을 인문학으로 채우는 것이다.

매주 수요일이면 '리브레토-작은책 깊은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로마 시대부터 20세기까지 회화에 끼친 건축과 음악의 상호 연관성을 심도 있게 다루는 문화강연이 열리고 있다.

파리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한 윤익영은 30회에 걸쳐 시대별로 음악과 건축이 미술에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를 역사적 현장에서 생중계하듯이 생생하게 전달한다.

“1436년 3월25일, 124년 동안 방치돼 온 피렌체 대성당의 지붕이 이탈리아의 건축가이자 조각가인 브루넬스키(Filippo Brunelleschi)에 의해 16년 만에 돔으로 완성된 것으로 축하하는 헌당 예배가 거행됐다. 이 헌당예배에서 프랑스 음악가인 기욤 뒤페(Guillaume Dufay)는 4성부 모테트(중세 르네상스 시대에 쓰이던 무반주 종교음악) '이제 장미꽃이 피었네'를 연주했다. 브루넬스키는 미술사에서 원근법을 창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는 윤익영의 설명과 함께 피렌체 대성당에서 초연했던 '이제 장미꽃이 피었네'가 스피크를 통해 카페 안을 채운다.

윤익영은 관객과 소통하는 '화가의 리사이틀(recital)'을 조만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평=장세원 기자 seawon80@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