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도 객석도 늘 눈물바다
백마디 말 보다 큰 노래울림
합창단 많은 분께 위로 전달
위안부 피해 할머니·해고자
희망을 세상에 보여주고파
세상 가장 낮은 곳 향해 무대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 출간
“4월 만이라도 아이들 기억해주길”
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게
절대로 잊지 않을게
꼭 기억할게 다 기억할게
아무도 외롭지 않게
일 년이 가도 십 년이 가도
아니 더 많은 세월이 흘러도
보고픈 얼굴들 그리운 이름들
우리 가슴에 새겨놓을게
4·16 합창단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
1번 트랙 중에서...작사·작곡 윤민석 편곡 김영명
1년이 가고, 2년이 가고 7년째 세월이 흘렀지만 매년 4월이면 우리 가슴속엔 떠오르는 그리운 얼굴들이 있다.
우리가 여전히 이들을 기억할 수 있는 데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멈추지 않고 들려오는 노랫소리 때문이다.
그들은 세계 유일의 '울대가 막혀 무대에 서는' 합창단이다. 지난 7년간 수도 없는 무대에 섰건만 이젠 웃으며 노래할 때도 됐건만…. 습관처럼 메어오는 목과 붉어지는 눈시울에 공연은 금세 울음바다가 됐다. 이내 관객들은 따뜻한 위로의 말로 이들의 무거운 어깨를 토닥인다. 시민들의 위로와 응원은 4·16 합창단이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라고 최순화(56) 단장은 말했다.
“시민들이 보내주시는 위로와 응원이 우리 합창단의 큰 버팀목이 되고 있습니다.”
4·16 합창단의 시작은 지난 2014년 12월 시민들에 감사의 보답으로 마련했던 '0416 기억하고 함께 걷다' 무대에서였다. 500여 명의 시민이 모인 가운데 첫 무대에 오른 합창단은 눈물이 전부였던 노래를 불렀다. 곧 객석 여기저기에선 울음이 터져 나왔다. 백 마디 말보다 노래의 울림이 크다는 것을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공감대를 가진 많은 분이 저희의 노래를 듣고 싶어하셨죠. 7년 동안 일주일의 한 번 정도 무대에 섰습니다. 우리 합창단이 노래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많은 분께 위로가 됐던 것 같습니다.”
6명으로 출발했던 4·16 합창단은 6년이 지난 현재 60명까지 늘어났다. 유가족들과 함께 노래하겠다며 뜻을 모아 준 이들도 생겨났다. 그렇게 4·16 합창단은 전국각지로 뻗어 나갔다. 이들은 시민들이 보내준 성원과 감사에 보답하고 싶었다. 세월호가 보여줬던 작은 희망을 이번엔 세상에 보여줄 차례라고 생각했다. 4·16 합창단은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집회 현장과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삼성, 파인텍 노동 현장 등을 찾아 노래했습니다. 우리만 힘든 줄 알았는데 우리와 같은 분들이 이 사회에는 너무 많더라고요. 마치 우리 아이들이 하늘에서 보내는 뜻 같이 느껴졌어요.”
지난해 합창단은 6년의 합창단 활동을 정리하며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을 출간했다. 여기에 '잊지 않을게', '네버 엔딩 스토리', '어느 별이 되었을까', '약속해” 등 11개 사운드 트랙을 담았다.
“지난 6년의 활동을 정리하며 낸 책입니다. 다양한 에피소드와 애틋한 노래 가사집 등이 있습니다. 또 김훈 작가님과 김애란 작가님께서도 선뜻 참여해주셔서 더 의미 있는 책이 됐습니다. 함께 작업한 음반도 있는데 직접 단원 한분 한분 녹음에 임했고 다 같이 부를 땐 모르던 실력이 들통나더라고요.(웃음) 앨범 나왔을 때 너무 기뻤고 행복했습니다. 이번에 새로운 곡을 발표했습니다. '너'라는 곡이고 자녀가 있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아이들의 이름을 노래해 온 시간 7년, 진실을 외쳐 온 시간 7년, 최 단장과 합창단 앞에 놓인 시간이 얼마 일지 모른다. 남은 시간 그들은 못다 한 진실과 희망을 전하려 한다.
“합창단은 제가 삶을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죠. 이제는 울면서도 끝까지 노래할 수 있는 힘이 생겼어요. 또 혼자라도 맞다고 생각하는 길을 포기하지 않고 가다 보면 언젠가 희망적인 결과가 있을 거라 확신해요. 세월호가 그랬던 것처럼 세상을 바꾸는 힘은 국민에게 있어요. 국민이 힘을 합치면 못할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4월이다. 누군가에겐 봄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겨울보다 시린 봄이었겠다. 여전히 '세월호' 세 글자엔 위로의 시선과 송곳 같은 비수가 동시에 날아든다. 최 단장은 담담하게 전언했다.
“4월 만이라도 우리 아이들을 기억해주세요. 노란 리본을 보면 '아 이런 일이 있었지' '우리 아이들이 있었지'라며 떠올려 주셨으면 좋겠어요.”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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