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얼마나 행복할까?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는 매년 3월20일, 세계 행복의 날을 맞아 '세계 행복보고서'를 공개한다. 이 보고서에는 2012년부터 매해 국내총생산(GDP), 기대수명, 사회적 지지, 자유, 부정부패, 관용 등 6개 항목을 토대로 산출한 행복지수 순위가 담겨있다. 한국은 올해 62위로 지난해보다 한 계단 내려앉았다.

문제는 처음 순위가 나온 2013년 이후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점이다. 첫해 41위로 최고 순위를 기록한 후 47위(2015년), 58위(2016년), 61위(2020년)로 연속 하락세다. 행복하지 않은 만큼 갈등은 높아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6년 발간한 '사회통합지수 개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이스라엘 다음으로 사회통합지수가 낮았다. 20여 년 전인 1995년에도 최하위권이었다. 갈등이 묵을 대로 묵은 거다.

고착화된 갈등은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다행히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연구결과가 있다. 1938년부터 성인의 삶에 관한 연구를 시작, 724명의 대상자들을 엘리트 집단과 빈민가 집단 두 그룹으로 분류해 삶을 추적해온 하버드대 연구팀은 세 가지 결론을 도출했다. 첫 번째 삶을 가장 좋게 만드는 것은 인간관계라는 것, 두 번째 인간관계의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는 것, 세 번째 좋은 인간관계는 기억력까지 증진시킨다는 것이다. 4번째 연구책임자인 로버트 월딩거(정신과 의사) 박사는 “우리 연구는 가족, 친구 그리고 공동체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좀 더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영위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행복과 성공의 잣대는 경제력이 아닌 관계성에 있다. 가난하더라도 관계성이 좋으면 행복하고 부유하더라도 관계성이 나쁘면 불행하다. 관계성은 곧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소통을 뜻한다.

가정이나 직장, 지역사회나 국가에서 겪는 수많은 갈등 역시 관계성 즉, 소통 부족에 있다. 소규모 사업이든 프로젝트든 대규모 정책이든 비전이든 성공하고 못 하고의 여부는 결국 구성원 간 얼마나 소통을 잘하느냐에 달려있는 셈이다.

초연결시대를 맞아 가장 중요시되는 것 역시 소통이다. 소통 능력의 유무가 곧 경쟁력을 좌우한다. 집단과 기업, 자치단체와 국가 모두 해당된다. 나 역시 환경부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거쳐 인천 서구에 몸담으면서 소통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고 있다.

구성원의 의견을 배제하고 차단하면 아무리 남다른 전문성을 가진 리더일지라도 결코 좋은 정책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게 내 신념이다. 이에 따라 '클린 서구' '행복한 서구'에 이어 '함께하는 서구'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정책철학인 서로이음에 맞춰 집단지성의 힘을 발휘해 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린 지역화폐 서로e음이다.

국내 최초로 지역화폐 심의·의결기구인 민관운영위원회를 구성, 소상공인단체·시민단체·전문가와 논의하며 현장에 적용 가능한 변화를 끊임없이 시도했다. 배달서구로 대표되는 시즌2, 기부 채널인 서로도움으로 나눔 공동체 화폐를 지향하는 시즌3가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원동력 역시 소통이다.

지금은 지식이 아닌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특출난 개개인의 지식이 아닌 뭉칠수록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지혜의 힘이 절실하다. 주민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정책을 생산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소통으로 좋은 관계를 맺어야 솔로몬의 지혜를 만들어낼 수 있다.

우선은 소통이 먼저다. 소통하려면? 잘 들어야 한다. 상대방 얘기에 귀 기울여야 내 의견도 잘 전할 수 있다. 또 하나,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편견과 선입견을 버려야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이론인 '머레이비언의 법칙'에 따르면 의사소통에서 시각과 청각이 각각 55%, 38%를 차지하고 말의 내용은 7%만 작용한다고 한다. 소통에 있어 눈빛, 몸짓, 표정 등의 태도가 그만큼 중요하다. 행복하려면 소통해야 하고, 소통하다 보면 갈등이 해소된다. 경쟁력은 덤이다. 이제 진심을 담은 소통으로 행복국가를 향해 나서야 할 때다.

 

/이재현 인천 서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