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이 연 공방, 지푸라기 잡는 심경으로 참여
올해로 6년째 … 1급 자격증도 취득 전문가 활약
'세월호 아빠'보다 '목수 이씨'라는 말이 더 익숙
2019년 협동조합 설립 … 목공예품 제작·판매
문 대통령에 독서대·도마 선물 … SNS 인사 받아
첫 작품 책장, 김이수 헌법재판관에 전달 우연도
뚝딱거리는 소리가 문밖으로 활기차게 들려온다. 이리저리 나무를 깎아대는 솜씨가 여간 노련한 게 아니다.
나무를 만지며 버텨온 7년, 이젠 '세월호 아빠'보다 '목수 이씨'란 말이 더 익숙하다. 4·16 희망목공협동조합 이사장인 이재복(57)씨는 세월호 희생자 고(故)이수연 양의 아버지다.
이씨 역시 다른 유가족들이 그래 왔던 것처럼 사고 직후 평화롭던 모든 삶을 세월호에 빼앗겼다. 오로지 통곡의 시간과 진상규명만에만 매달려온 시간이었다. 여전히 진실은 바닷속 깊이 묻혀있고 삶은 점차 이씨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이때 그에게 손을 내민 건 박인환(안산 화정감리교회)목사였다.
“목사님이 세월호 아빠들을 위한 목공방을 여신다는 얘길 듣고 참여하게 됐죠. 기존에 세월호 엄마들은 공방이며 합창단이며 위안 삼을 해소처가 있었지만 아빠들은 그렇지 못했거든요. 저와 같이 방황하는 아빠들을 위해 직접 마련해주신 공간이 4·16 목공방이었죠. 이름도 그래서 4·16 희망목공방으로 내거셨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경으로 찾았던 목공방은 이씨에게 위안이 됐다. 아이를 잃은 아빠들과 서로의 이야기들을 터놓으며 목공방은 단순한 취미 이상의 공간이 됐다. 또 수연이가 떠오르는 괴로운 순간이 찾아올 때면 어김없이 목공방을 찾았다.
“일에 집중하다 보면 잡념도 없어지고 몰입할 수 있으니깐 아픈 기억들을 떨쳐버릴 수 있거든요. 정신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세월호 직후 직장일이 여간 손에 잡히지 않던 탓에 결국 20년간 다니던 일도 그만두고 목공예일에 매진하기로 결심하게 됐습니다.”
올해로 6년째, 목공예를 해 온 이씨는 1급 자격증을 취득하며 현재는 전문가가 됐다.
지난 2019년에는 협동조합 법인을 설립하고 4·16희망목공협동조합으로 운영돼 오고 있다. 유가족 아빠 4명과 엄마 3명 등 모두 10여 명의 구성원이 꾸려가고 있다. 조합에서는 도마나 우드펜, 칼림바와 같은 악기, 스피커 등의 목공예품을 만들어 직접 판매에 나선다.
“협동조합 설립의 목적은 유가족들의 심리치료는 물론 생계유지에 있습니다. 조합에서는 죽은 나무를 활용해 목공예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하고 전시를 하거나 목공예 교실을 열어 강의하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가장 큰 목적은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고민과 세월호 진상규명이라는 과업을 수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 19년엔 희망협동조합에서 만들어진 독서대와 나무 도마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졌다. 고마움을 담은 유가족의 작은 선물이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감사의 인사로 화답하며 “이들이 보내주신 건 희망이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독서대는 문 대통령께 보내드렸고 도마는 김정숙 여사께 보내드린 선물이었죠. 그간의 감사인사를 전하고 진상규명에 더 많은 관심을 당부드리기 위한 작은 선물이었습니다.”
이씨는 처음 목공예를 하던 당시를 회상하며 첫 작품이 특별한 주인공에게 전해졌던 사연도 공개했다.
“서툰 솜씨로 어렵게 완성해 낸 작품은 책장이었죠. 우연인지 필연인지 납품의뢰가 들어온 곳이 헌법재판소였고 제가 만든 책장이 김이수 재판관님께 전해졌다고 들었습니다. 세월호 7시간 의혹 재판 당시 재판관님 중 한 분이셨죠. 이런 우연이 있나 싶을 정도로 신기하기도 하고 목공예를 하는 것이 숙명처럼 느껴졌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씨가 만든 목공예품을 받고 기뻐할 때 정작 가장 선물하고 싶은 사람은 따로 있었다. 그의 딸 수연이다.
“손에 칼만 베어도 마음이 아픈 하나 밖에 없는 딸이었죠. 제가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했죠. 안 좋은 생각도 많이 하고 좌절감에 정신 못 차리고 그럴때마다 마치 수연이가 꾸짖는 것만 같았어요. 순간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옆에 있으면 이런 얘길 할 꺼 같아요. '아빠 제발 열심히 좀 살어' 우리 수연이는 볼펜 모으는 걸 참 좋아했어요. 수연이가 살아있다면 볼펜을 가장 먼저 만들어주고 싶을거 같아요.”
벌써 7년, 벚꽃이 흩날리는 요즘 같은 날이면 여전히 마음 한편이 아려온다는 이재복씨. 수연이를 다시 만나는 그 날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단다.
“우리 아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아야 하잖아요. 4·16 이전과 이후는 분명 달라져야 해요. 진상규명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끝까지 싸워 우리 아이들에겐 바뀐 세상을 선물하고 싶어요.”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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