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시장의 부도덕한 행실로 말미암아 실시된 4·7 재보궐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 단일 후보인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같은 사유로 치러진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월등한 표 차이로 승리하면서 국민의힘을 필두로 한 야권이 내년에 있을 대선과 지선에서 정권교체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분위기다.

다만 이러한 결과는 야권의 혁신과 변화가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다기 보다는 정부·여당의 잇따른 부동산 정책 실패에 'LH사태'가 기름을 끼얹으며 '정권심판론'에 불을 지폈고, 선거기간 내내 이렇다 할 정책도 없이 올인했던 '내곡동' 네거티브 전략에 여당 스스로 발목이 잡히며 승패가 굳어졌다는 세간의 평가에 필자 또한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4·7 재보궐 선거의 승패를 좌우한 표심, 즉 '민심(民心)'에 대한 고찰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우리가 흔하게 사용하는 '민심'은 때로는 '바람', '파도'로 표현될 만큼 이슈와 상황에 따라 움직임을 달리한다. 불과 1년 전, 4·15 총선에서 180석이라는 거대 여권을 만들어줬다가도 이번 4·7 재보궐 선거처럼 180도 돌아서는 것이 바로 그 '민심'이다.

이번 4·7 재보궐 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전직 시장의 성추행 사건은 '민심'을 짓밟은 출발점이었다.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궐 선거를 하게 된 경우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 규정을 손바닥 뒤집듯 고쳐 공천을 강행한 민주당의 오만과 독선은 이미 이탈된 '민심'의 등을 떠밀었다.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호칭하는 것도 모자라 가해자인 전직 시장을 도리어 추켜세우는 등의 2차 가해는 '민심'을 벗어난 악행이었다.

또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제기한 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은 집값 상승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한 '민심'에 대형 악재로 작용했다. 거기에 더해 재벌 저격수를 자처하던 현직 청와대 정책실장이 '임대차 3법' 통과를 앞두고 전세가를 올리는 '내로남불'식 행태로 경질된 사건은 '민심'에게는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더불어 '세월호 변호사', '거지갑' 등 약자들을 대변하는 이미지로 '임대차 3법' 통과를 주도했던 민주당의 재선 의원마저 법 통과 전에 임대료를 인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심'은 이미 확고부동한 '콘크리트'가 돼 갔다.

거짓과 위선으로 겉포장된 세력에게 '민심'은 폭발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중국 고대의 사상가이자 도가의 시조인 노자(老子)는 '도덕경'에서 '천망회회소이불실'(天網恢恢疏而不失)이라 해 하늘의 그물은 굉장히 넓어 엉성한 것 같지만 선한 자에게 선을 주고 악한 자에게 앙화를 내리는 일은 조금도 빠뜨리지 아니한다고 했다. 이는 하늘의 이치는 미치지 못하는 곳이 없어 잘잘못은 반드시 가려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노자의 시선으로 이번 4·7 재보궐 선거 결과를 바라보면 정부·여당 집권 세력이 또 다른 악한 기득권층으로서 선한 '민심' 위에서 하늘의 이치를 저버리고 군림하려다 결국 앙화를 자초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민심(民心)'은 곧 '천심(天心)'이니 말이다. 이번 선거를 지켜보며 '민심'의 깊은 무게감 앞에서 다시 한번 정치하는 자로서의 마음가짐을 되새겨본다.

 

/공재광 국민의힘 평택시갑 당협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