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총선에 이어 2021년 서울시와 부산시 시장 보궐선거는 만 19세이던 선거연령을 18세로 조정해 치루는 두 번째 선거이다. 그러나 이번 보궐선거에서도 '청소년'에 대한 공약은 나타나지 않았다. “청소년은 우리의 미래”라는 슬로건이 무색할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의 인권에 대한 논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에 대한 논의는 주로 강력범죄가 발생했을 때와 같이 청소년이 범죄를 행한 경우에 처벌의 강화, 소년법의 폐지 등을 둘러싸고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다.

헌법에 의하면 청소년 또한 기본권의 주체로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 인격권,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제10조, 제11조). 헌법재판소는 “아동(청소년)은 부모와 국가에 의한 교육·보호의 단순한 대상이 아닌 독자적인 인격체이며, 그의 인격권은 성인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존엄성 및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10조에 의해 보호된다.”고 결정해 청소년이 헌법에 규정된 기본권의 주체임을 확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청소년이 범죄행위를 행했을 경우에만 관심을 가지고 '엄벌'을 논한다. 이 경우에도 청소년 인권은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여기서 청소년범죄(비행)의 원인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청소년범죄의 경우 성인보다 다양한 원인이 제시된다. 가정적 요인, 학교 교육의 요인, 사회환경적 요인 등이 제시된다. 우리 사회에서는 소위 '학벌'이 사회생활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학교 교육 역시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진행된다. 이에 경쟁력에서 뒤처지는 학생들이 '학교 밖 청소년'이 될 확률이 높지만, 학교를 벗어난 청소년이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는 보장되지 않는다. 가정을 이탈하는 청소년 역시 마찬가지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5년 시행했던 가정 밖 청소년의 인권상황에 대한 현장모니터링을 통해 파악된 내용을 토대로 2016년 '가정 밖 청소년 인권보호 정책개선'을 권고했다. 당시 인권위는 많은 경우 가출이 가정폭력, 학대 등의 가족상황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가출 그 자체를 반사회적인 행동으로 낙인찍어 잠재적 범죄자처럼 대하기 때문에 '가출청소년'이 사회에서 배제되고 범죄행동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이 학교 혹은 가정을 벗어난 청소년 역시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음에도 이러한 권리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규학교를 벗어난 청소년들이 찾는 대안학교가 학력 인정 등의 문제로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가정을 벗어난 청소년들이 스스로 자립하기 위해 찾은 일자리에서는 임금체불, 노동착취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결국 학교와 가정을 벗어난 청소년들을 범죄(비행)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모든 청소년이 우리 사회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청소년 인권에 기반한 정책이 수립·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청소년은 성장과정에 있고, 청소년은 성인에 비해 개선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을 이유로 청소년범죄(비행)에 대하여는 일반적인 형사절차와는 다른 특별한 사법절차를 두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경향을 반영해 '소년법'을 두어 청소년의 특성에 맞는 사법절차를 시행하고 있다. 청소년사법제도는 발달과정에 있는 청소년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특별하게 수립된 사법체계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소년법' 폐지에 대한 논의는 청소년범죄의 책임을 청소년에게만 묻고, 청소년 인권을 보호하고 청소년이 안전하게 잘 살 수 있는 사회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하는 성인들의 책임은 간과하는 주장이라고 할 것이다. '청소년보호법'에 따르면, 청소년은 주류나 담배 등 청소년유해약물, 청소년유해업소나 청소년유해매체물, 폭력·학대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자이고, 오히려 규제·제재를 받거나 책무를 지는 자는 이러한 유해환경을 제공한 성인, 가정, 사회, 국가에 있다. 청소년이 유해환경에 접하는 습벽이 있다는 이유로 청소년을 비난하고 사법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것은 성인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법무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교육부, 경찰청 및 각 지방자치단체 등이 협력체계를 갖추어 청소년을 위한 지원과 보호대책을 실효적으로 수립·시행해야 할 것이다.

/원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