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작년에 '음악도시'를 선포했다. 부평은 올해 문화도시로 지정됐다. 멋진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흰소리가 되지 않고, 이 멋진 정책이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문제는 지역에서 문화정책이 헛소리가 아니라 정착되기 위해서는 지역문화에 대한 철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백배 강조하고 싶다.

왜 그러냐 하면, 문화정책이 다른 정책에 비해서 시간이 많이 든다.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삶의 형태가 문화라고 한다면, 새로운 삶의 형태로 전환하기에 문화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행정에서는 인내심을 가져야 가능한 일이다. 선출직 지자체장이 5년 임기 안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낼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는 점에서 문화정책을 수립하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행정에서는 문화정책 성과를 내고 싶어 한다. 그래서 문화정책 추진 방안은 무형 콘텐츠를 기반으로 이를 드러내고 발굴하고 확산하는데 필요한 수단을 찾는 것이 프로세스인데도, 이를 행정에서는 많은 시간이 들고 눈에 확 띄지 않으니 문화정책 프로세스는 뒤편에 두고, 공간을 짓거나 행사를 크게 하는 방식을 끄집어내서 추진하는 경향이 높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문화정책은 십중팔구(十中八九) 실패로 귀결된다는 것은 여러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화정책 추진에서 지역문화 관점을 세워 방향을 잡아나가야 성공할 수 있다. 지역문화 관점이 없어서 실패한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하는 것이 '부평 음악융합도시' 사업이다. 이 사업은 국비와 시비, 구비 매칭으로 40억원 규모 예산으로 추진해 작년 말에 끝났다.

지역 주민들은 이런 사업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괴리되었다. 지역 문화예술인들조차 이 사업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누군인지 잘 알지도 못했다. 이 사업에서 지역 문화예술인들은 말 그대로 철저하게 배제되었다. 그 자리를 서울지역 사람들과 서울 밴드, 서울 기획사들로 채웠다. 그러니 현재 부평 사람들 기억에서 이 사업 흔적이 남아 있을 리 만무한 것이다.

예산이 투입되는 문화정책, 특히 문화예산은 그 지역 사람에게 들어가야 성공한 지역문화정책으로 평가받는다. 평가 기준을 철저하게 지역에 둬야 한다. 그것이 안되면,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예산 대부분이 투입된다.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지역 사람들이 참여할 기회 폭이 좁았던 부평 음악융합도시 사업은 결과적으로 지역문화 정책 평가 기준으로는 실패한 사업으로 기록될 것이다.

아까운 국민 세금이 지역문화 관점도 없는 사람들에 의해 낭비되고, 지역 사람들은 참여조차 배제시키는 꼴을 만든 사업 담당자와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렀는데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해당 지자체도 책임을 져야 한다. 왜냐하면 국민 세금을 낭비했기 때문이다.

정책 실패로 예산을 낭비한 사람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제도가 있었으면 한다. 그래야 지역을 전혀 알지도 못하는 문화 거간꾼들이 지역문화를 두고 농간을 부리지 않을 것이고, 아까운 세금이 줄줄 새는 안타까운 짓거리를 미리 막을 수 있기에 그렇다.

이젠 지역에서 문화정책 추진 핵심은 지역을 기반해야 한다는 말을 명제(命題)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 '음악도시 인천'이 흰소리가 아니라, 명징한 소리로써 우리 귀에 들릴 수 있기에 다시 반복해서 소리를 낸다. 그만큼 인천은 절실하다. “여기는 인천이다. 인천에서 놀아라.”

 

/이장열 애스컴시티뮤직아트페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