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올리고 임대차법 발의 '표리부동'
▲ 세상(世)에 와서 빌려 쓴 재물(貝)은 돌려주고 빈손으로 가는 글자가 貰(세)다. /그림=소헌

한글이 더럽게 물들어 민족언어사에 있어 큰 폐해가 되었다.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서서히 폐부肺腑를 감염시킬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원인을 들어 ‘4대적폐’로 삼았다. 사이시옷, 두음법칙, ‘~의’자 사용, 외래어 남발 등이 그것이다.

예문을 보자. “장마에는 비가 자주 내린다. 장맛비 떨어질 때 막냇삼촌과 막냇사위와 막냇누이와 막냇동생(막내둥이)와 막내손주와 막걸릿집에서 한잔 하자. 막걸리 안주는 순댓국이 좋을까 북엇국이 좋을까? 그런데 인사말을 하려니 주인장은 코빼기도 안 보이네.” 수긍이 가는가? ‘한글맞춤법’ 제4장(형태)에 사이시옷 규정을 두었는데, 알 수 없게 난잡하다.

‘배’와 ‘멀미’가 만나 ‘뱃멀리’로 쓰고 ‘밴멀미’로 읽는다. ‘등교’와 ‘길’이 만나 ‘등굣길’로 쓰고 ‘등교낄’로 읽는다. ‘학교’와 ‘길’이 만나 ‘학굣길’로 쓰고 ‘학교낄’로 읽는다. 오히려 외래어 ‘lesson’은 ‘레슨’으로 쓰고 ‘렛슨’으로 읽는다. 그냥 ‘순대국∙배멀미∙학교길’로 쓰면 될 것을 왜 이렇게 우스꽝스럽게 되었는가? 또 어떠한가? ‘전세’와 ‘집’이 만나 ‘전셋집’으로 쓰고 ‘전세찝’으로 읽는다. ‘전세’와 ‘방’이 만나 ‘전세방’으로 쓰고 ‘전세빵’으로 읽는다. 이러고도 한글이 합리적으로 우수한 문자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괜히 한글맹신주의자들한테 한 소리 듣느니 ‘전세’가 나온 마당에 한글의 다른 이름인 ‘韓字’ 이야기로 말을 돌려야겠다.

우매독궐(愚昧犢獗) 과부 집 송아지 백정 부르러 간 줄 모르고 날뛴다. 위급한 처지에 있으면서도 멋모르고 함부로 꺼드럭거리는 어리석은 송아지를 비유하는 4자속담이다. 지난해 7월 통과한 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을 핵심으로 하는 ‘임대차3법’이 시행되기 전에 전셋값을 인상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경질되었다. 자신의 강남 아파트 전세계약을 갱신하며 5%로 제한된 보증금을 14.1%로 올렸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업무상 비밀이용 혐의로 고발당해 경찰이 수사를 앞두고 있다.

 

傳 전 [전하다 / 퍼뜨리다]

①방추(물레에서 실을 감는 가락)를 본뜬 글자인 叀(전)에 손(寸마디 촌)을 더하여 專(오로지 전)을 만들었다. 물레는 오로지 한 방향으로만 돈다. ②傳(전할 전)은 베틀에서 방추를 돌리며(專전) 피륙을 짜는 여인(亻인)을 상징한다. 우리네 어머니들은 그 어머니로부터 기술을 전해 받았다. ③傳(전)의 약자는 伝(전)이며, 중국에서는 传(전)을 간체로 쓰고 있다.

貰 세 [세내다 / 빌리다 / 관대하다]

①나무가지(止)에 달린 이파리를 그린 글자 世(세)의 원래 모습은 丗(세)다. 나뭇잎이 피고 지면 한 해가 지나가고, 사람의 일생은 30(十.十.十)년이 지나면 한 세대世代를 마치게 된다. ②맨몸으로 세상(世)에 태어난 우리는 돈(貝)이나 재물(貝)이나 모든 것을 자연으로부터 빌려(貰세) 쓰다가 다시 빈손으로 돌아가야 한다. ③집주인들이 전셋값을 올리다 보니 貰(세)에 있던 ‘관대하다’는 뜻은 온데간데없어졌다.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박주민도 월세를 9%로 올려 받았다가 위선자로서 낙인찍혔다. 이런 자들의 표리부동은 비판받아야 한다고 말한 주호영도 문제다. 그는 지난해 전세보증금을 23.3%를 올려 받고서는 ‘낮게 받으면 다른(임대자)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친다’고 했다. 거짓된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서 ‘제 집 개에게 발뒤꿈치 물린 셈’치고 넘길 수만은 없다.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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