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 주도…시민 참여형 주택정책 전환해야”

정부 주도형 획일적 정책 탈피
지역실정 반영해야 진정한 복지

효율·민주성 적절하게 조화
지방분권 성공적 정착 가능
▲ 안승남 구리시장은 4일 “헌법과 법률 개정을 통해 지방자치의 권한과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사진제공=구리시
▲ 안승남 구리시장은 4일 “헌법과 법률 개정을 통해 지방자치의 권한과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사진제공=구리시

경기도의원 2선 출신인 안승남 구리시장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지방분권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한다. 안 시장은 “자율적이고 책임성 있는 지역 맞춤형 선제 전략들이 위기상황에서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안 시장은 최근 핫 이슈로 떠오른 부동산 투기 문제와 관련 “중앙 정부가 지역 실정을 반영하지 않은 획일적인 주택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지방분권 시대에 맞게 중앙 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시민이 참여하는 주택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도의원 2선 출신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지방분권에 대한 생각은.

-지방분권이란 통치의 권능을 중앙 정부에 집중시키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권한분배를 인정하는 제도다. 중앙 정부 주도로 하는 것은 효율적일 수 있지만 지방의 다양성, 창의성을 따라갈 수 없다. 이번에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자율적이고 책임성 있는 지역 맞춤형 선제 전략들이 위기상황에서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을 직접 체험했다. 따라서 효율성과 민주성을 적절하게 조화해 나가면 지방분권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지방분권은 어디까지 왔다고 보나.

-지난해 12월 9일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과 자치경찰법이 국회를 통과되면서 지방분권 2.0시대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전부 개정된 지방자치법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제1조 '주민의 지방자치행정 참여에 관한 사항'을 명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치분권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주민의 참여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70년 전인 1950년대에는 읍·면장과 이·동장도 주민이 직접 선거로 선출하는 참여적 지역공동체를 지향하는 보다 온전한 지방자치제가 시행됐다. 그러나 현행 지방자치법은 주민자치회를 구성할 수 있는 법적 근거조차도 명쾌히 제시하지 않고 있다. 모쪼록 주민자치회가 시범 운영되고 있으니 앞으로 장기적으로 주민의 자치행정 참여가 법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모두 함께 토론하고 노력해야 한다.

 

▲중앙 정부 권한의 지방 이양은 얼마나 이뤄졌다고 보는지.

-중앙 정부 권한의 지방 이양은 현재 지속해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단식 부기식으로 비율을 측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방 일괄이양법 제정 이후 16개 중앙부처 소관 46개 법률에 명시된 400여개 국가 사무가 올해 1월 1일부터 지방 사무로 전환되는 등 향후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 '중앙권한의 지방 이양 추진계획'에 따라 사무 이양에 따른 인력 및 재정이 지방으로 이관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이를 잘 구축해나간다면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중앙 정부의 권한이 지방자치단체에 이양될 수 있을 것이다.

 

▲재정 분권은 어떻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중앙 정부 권한의 지방 이양 성공을 위해서는 인력과 재정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국가와 지방간 사무 배분의 기준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전부 개정된 지방자치법 제11조 제2항에 사무 배분의 기본원칙으로 지역주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무는 원칙적으로 시·군 및 자치구의 사무로 우선 배분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시·군와 자치구는 재정이 열악해 국비나 도비 지원 없이 자체 예산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재정 분권이 먼저 실행돼야만 진정한 지방분권의 취지가 완성되리라 본다

 

▲지방분권 맞게 어떤 점을 고쳐 나아가야 하나.

-지방분권은 자치행정에 대한 주민의 활발한 참여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지난해 전부 개정된 지방자치법은 많은 부분에서 크게 개선됐으나, 주민이 자치행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아직 더 연구하고 개선해야 한다. 그러므로 현재 시범운영 중인 주민자치회가 정착될 수 있도록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주민의 자치행정 참여가 활발해진다면 권력을 가진 자의 독선이 더는 자리 잡을 수 없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되기 때문이다.

최근 LH 땅 투기 의혹 등 부동산으로 인해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주택은 먹고 입는 것과 같이 필수적인 요소이며 점유형태에 관계없이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공급돼야 한다. 주택 정책의 새로운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주택 정책은 중앙 정부 주도로 시행됐다. 정부주도형 주택 정책은 다양한 수요가 증가함에도 지역 수요를 고려한 합리적인 주택공급이 이뤄질 수 없다. 주택 정책은 지역 실정을 반영하고 지역주민의 의사를 반영해 진행해야만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따라서 주택 정책이야말로 지방분권 시대에 맞게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전화돼 다양한 주택 수요를 충족하고, 이를 통해 진정한 주거복지를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민 주권 시대에 맞는 정책이 있다면 무엇인가.

-국가가 훌륭해지려면 국정에 참여하는 시민이 훌륭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구리시는 훌륭한 시민들이 직접 시정에 참여해 스스로 삶의 터전을 바꾸고 운영할 수 있도록 시민 역량 강화, 지역 리더 양성을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선 7기 구리시장에 당선된 후 시장직 인수위원회 명칭을 '구리시민 주권실천단'이라 정하고 참여를 희망하는 시민의 신청을 받아 참여형 인수위원회를 구성했다. 취임 후 첫 업무보고도 시민 인수위원들과 함께 받았고, 시민의 의견이 시에 직접 반영될 수 있도록 다양한 창구를 마련해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다.

2019년도에는 예산 편성 전에 8개 동 2534명의 시민을 직접 만나 현장의 의견을 들어 예산에 반영했고, 2020년에는 지역주민, 기간단체, 공동체 등의 주도적 참여를 통해 각 동에 필요한 사업을 직접 발굴해 주민참여예산으로 제안하는 창구를 만들었다.

아울러, 지난해 구리시 주민자치회 시범 실시 및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고, 올해에는 주민의 대표기구인 주민자치회를 시범 운영해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지방분권은 중앙집권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국가의 권한과 책임을 지방에 합리적으로 배분함으로써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기능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지방분권은 중앙집권보다 지방 특수성과 실정에 맞는 행정을 펼칠 수 있고, 주민이 참여하는 행정의 민주화를 실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재정자립도에 따라 지역 간의 불균등, 정책의 통일성이 없어 시민 혼란을 야기시킨다는 단점도 있다.

따라서 우선 헌법과 법률의 개정을 통해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규정해 국가와 상호 대등한 협력적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지방자치의 권한과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

중앙 정부는 안정적인 지방재원 확충을 통해 지방재정의 자주권을 보장하고 각 지역의 특수성과 그에 필요한 권한을 확대한다면 지방분권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안승남 구리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안승남(56) 구리시장은 1998년 구리시 제2선거구도의원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했다. 와신상담 끝에 2010년 민주당 후보로 나서서 당선된 이후 2014년 재선에 성공했다. 2018년 선거에선 구리시장으로 당선됐다. 안 시장은 지난해 10월 ㈔한국자치발전연구원이 주최하고 한국지방자치학회가 후원하는 2020년 대한민국 자치발전 대상 기초부문(단체장)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안 시장은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자 구리시만의 G-방역 전방위 총력대응한 점 등이 높은 평가를 얻었다.

 

/김기원·김태호 기자 thkim@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