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에는 철도가 없다. 경기도 31개 시•군 중 철도가 없는 곳은 안성이 유일하다. 오래전, 잠시나마 안성에서도 철도가 달리기는 했었다. 1925년 안성에서 천안을 왕복하던 안성선이다. 주민들의 오랜 유치운동 끝에 유치했던 안성선은 그러나 1989년을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전문가들의 연구에 의하면 이 같은 결말은 결국 일제의 만행에서 비롯됐다. 일제는 러일전쟁 발발 직전인 1904년 빠른 군수물자 수송을 위해 당초 계획과 달리 경부선철도 노선을 변경했다. 안성과 인접한 추풍령 등 산악지역을 피해 우회했던 탓이다. 일제는 동시에 철도 노선에 맞춰 상업유통구조를 개편했다. 이에 따라 신규노선에 편입된 평택은 신흥 상업도시로 급부상한 반면 안성의 지역경제는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당시만 해도 안성은 내륙교통의 요충지로서 조선의 3대 상업 도시로 명성을 날렸다. 안성선은 침체한 지역경제를 되살려 보려는 시름겨운 노력 끝에 유치한 철도였다.

그러나 이미 상업유통구조 개편으로 이용객이 많지 않았다. 바야흐로 32년 만에 안성에서 다시 철도유치운동이 불을 뿜고 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국가철도범시민유치위원회는 안성에서 동탄, 진천을 거쳐 청주공항을 연결하는 수도권 내륙선 철도를 개설하기 위해 충북 진천군, 화성시, 청주시 등과 적극 연대하고 있다.

광주에서 안성을 잇는 경강선 연장안과 평택, 안성을 거쳐 부발로 연결하는 평택부발선에도 의지를 모으고 있다. 2019년 12월 시작한 서명운동은 불과 1년 만에 4만명을 넘어섰다. 번창했던 안성시장의 명성과 물류중심지 회복을 꿈꾸는 시민들의 염원이 철도유치를 통해 집약되고 있음이다. 물론 안성시민들의 상실감을 달래기 위한 목적만으로 철도유치를 주장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친환경 교통망 구축과 국토균형발전에 기여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약 5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산술적인 수치는 더 정밀한 분석이 필요할 법하다. 그렇더라도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철도의 확장과 서울 집중화를 해소하고, 상대적으로 낙후된 내륙의 발전을 도모하는 균형발전 모델에 도움이 된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철도건설이 필요한 이유로 이보다 더 타당한 근거를 찾을 수 있겠는가.

/인천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