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 그리고 오래된 미래

전 지구적 환경운동에 불씨가 된 레이철 카슨은 1963년 '침묵의 봄'을 통해 활력과 다양성이 사라진 죽음의 지구를 경고했다. 비록 당시는 화학물질인 DDT가 지구를 황폐화시킬 것이라는 경고에서 비롯되었으나 우리의 선택과 그 결과에 대한 깊은 성찰을 가져다주기에 충분했다. 이후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인도 북부의 히말라야 고원지방인 라다크라는 곳에서 또 다른 성찰을 우리에게 주었다.

그는 안락과 편의를 가져온 '개발'이 종국에 라다크의 사회적, 생태학적, 경제적 부조리를 어떻게 만들어 냈는지 기록했다. 그는 “이 세계를 움직이는 것은 돈이나 기술의 힘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이며 또 자연 그 자체의 힘이라는 것이다. (중략) 우리의 출발점이 사람과 자연에 대한 존경심이라면 그 필연적 결과물은 다양성의 복원이라 할 수 있다”라는 말을 우리에게 남겼다.

 

#송도람사르습지, 그리고 인천시

광활한 갯벌을 없애고 도시의 덩치를 키운 인천시는 그나마 지난 2009년 송도 6·8공구와 11공구 일대 갯벌 6.11㎢를 제1호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이어 2014년에는 람사르습지에도 등록했다. 그만큼 보호의 필요성이 높았던 데다 상징성도 컸다. 그런데 이제 그러한 갯벌이 쪼그라들다 못해 숨통이 끊어질 위기에 처했다. 국토교통부의 계획대로 라면 길이 19.8㎞로 인천~안산 구간을 잇는 수도권 제2외곽고속도로가 송도갯벌을 관통한다.

게다가 시흥시가 추진하는 배곧대교 역시 송도갯벌을 치고 들어오게 된다. 급기야 최근 해외환경단체인 홍콩야생조류협회까지 나서 공개서한을 통해 생물다양성협약(CBD)과 습지에 관한 람사르협약(Ramsar)에 따른 대한민국의 국제적 약속과 의무에 맞지 않는다며 강력한 우려를 표했을 정도다.

 

# 경계를 넘어, 발상의 전환으로

바덴해는 덴마크에서 독일을 거쳐 네덜란드에 이르는 해안생태계 보호구역이다. 그곳 갯벌은 지속적인 간척을 통해 상당 면적이 축소됐다. 뒤늦게 갯벌의 가치를 깨달은 주변 나라들은 개발정책을 바꿨다. 1982년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세 나라가 공동으로 바덴해 공동관리체계를 수립한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그것도 공동관리 방식으로 갯벌보호를 위한 법적 체계까지 갖춘 노력은 세계적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그 결과, 갯벌은 물론 사빈, 해안사구 등의 해안지형을 지킬 수 있었다. 그곳을 터전으로 살아온 수많은 어류와 조류, 포유류 등은 풍요로운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제 송도갯벌을 비롯해 사라져가는 것들, 이미 사라진 것들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현 세대, 그리고 특정 지역에 국한된 가치의 극대화가 최고의 미덕이고 원칙인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지 않나 싶다. 확장성이 극히 제한된 가치, 그러니까 폐쇄적인 가치에 대한 산정의 방식이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갯벌을 메꿔 아파트를 짓거나 도로를 내고 공장을 세우면 그것이 최고의 활용법이고 가치의 극대화라고 보는 식이다. 이는 순간적이며 휘발되는 가치일 수 있다. 곧 바로 우리는 또 다른 욕구를 앞세울 것이고 생태적 균형과 사회적 건강성을 희생시킬 계획에 몰두할 것이다.

반대로 순환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의 가치 확장을 떠올려본다. 갯벌이 그대로 남아있다면, 인간을 비롯해 수많은 생명체가 지속적으로 그것을 활용할 수 있다. 특정 지역과 시대의 사람만이 그 혜택을 독점하지 않는다. 이는 지금의 기후위기 대처와 탄소중립에도 매우 부합하는 방식이다.

인천시와 시흥시, 그리고 국토교통부는 현세적 가치평가 방식으로 특정욕구에 부합된 개발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그것을 국가사업, 공공정책, 편의의 증진이라는 명분으로 기획하는 일을 멈추어야 한다. 특히 인천시는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선언, 환경특별시 천명을 말잔치, 관념의 허세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그것은 구체적이고 실체적 대상에 대한 하나하나의 판단에서 드러나고 증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영일 가톨릭환경연대 대외협력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