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들어서 고령화의 심화와 가족기능의 약화에 대응하면서, 사회적약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삶의 질 제고에 집중하고자 지역사회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을 국정과제의 하나로 삼고 추진해오고 있다. 집, 그룹홈등 지역사회에서 거주하면서, 욕구에 맞는 급여와 서비스를 이용하고, 지역주민들과 어울려 살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보건복지부에서 지역사회통합돌봄 추진 로드맵을 작성하고, 우리사회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2025년까지 지역사회통합돌봄의 실행기반을 구축해 전국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16군데에 선도사업이 실행되었음에도 지역사회통합돌봄사업이 본래의 목표가 제대로 달성되고 있는지 불투명하다. 선도사업에 참여한 지자체는 그간 여러 형태로 지역사회 건강취약그룹의 돌봄사업을 해온 지자체임에도 이사업을 어떻게 유지 발전시킬지에 따라 분명한 방향을 잡고 있지 못하고 있다.

주거, 의료, 돌봄, 복지 등 그동안 행정과 제도의 칸막이로 파편화되어있는 제반 영역이 유기적인 연계성을 갖춘다는 것은 애시당초부터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문제는 쉽지않은 일을 너무 안이하게 이해한 것이고, 진지하게 통합을 위한 진지한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수 선도사업 지역에서 보건의료와 복지의 기본적인 연계도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정춘숙 의원등이 최근 발의한 지역사회통합돌봄법(안)에서는 '보건의료와 복지의 통합'에 대한 고민과 내용이 너무 부족하다.

보건의료와 복지의 통합을 위해서는 SELFIE 모형에 따라 서비스전달체계, 리더쉽 & 거버넌스, 인력, 재정. 기술 & 의료상품, 정보, 연구의 영역에서 매크로. 메조, 마크로 차원에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데, 이제까지는 이러한 통합의 체계적인 노력이 없었고, 우리사회에서 통합의 시도도 걸음마 단계라고 볼수 있다.

세계보건기구-통합돌봄 모형(WHO-ICCC;the Innovative Care for Chronic Conditions)에서는 지역사회통합돌봄에 공급자와 이용자(지역공동체)간의 협력을 중시하고 있다. 통합돌봄에서 여러 직역들이 협력할수 있는 잣대는 공급자 중심이 아닌 이용자 중심, 환자중심이라고 할수 있겠다.

각 직역들이 자기 직종의 이해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나가지 않게 하려면 공통의 가치가 필요한데, 이용자들의 삶의 질의 향상, 건강 수준의 향상이 바로 잣대가 될수 있다. 여러 직역들이 같은 목표가 있어야 같은 방향을 보고 나아갈수 있지 않나 싶다.

또한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의 권한 위임을, 지자체는 주민들과 거버넌스 구축, 주민들에게 권한 위임이 중요한데,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 않은 것이 통합돌봄의 걸림돌이라고 할수 있다.

특히나 그동안의 정책 추진의 방향이 하향식(top-down) 방식으로 지역현장의 목소리가 잘 반영되지 못했다. 향후의 방향은 영국의 Better care fund와 같이 현장에서 일차의료 혁신, 통합돌봄의 좋은 모델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자체에게 이러한 도델을 육성할 수 있는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노인, 장애인, 정신장애인 등 대상자를 확대한 융합형 모형에서는 단지 대상자만 넓어지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에게서 중요한 탈시설 및 자립지원, 정신장애인사업에 필요한 사회복귀와 회복지원이 융합형 사업에서도 잘 유지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장애인건강법에서 명시한 장애인주치의제도와 장애인보건의료인센터는 장애인의 통합돌봄 실현에 매우 도움이 된다. 기존 사업의 이러한 기반을 잘 살려야 한다.

그런데 노인, 장애인, 정신장애인등으로 대상자를 확대하여 통합돌봄을 시민들의 보편적인 권리로 자리잡게 하는 과감한 제도의 개혁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제도의 개혁에는 예산 지원의 확대 등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이렇게 할 수 있는 힘은 결국 지역 현장에서 지역주민들에게서 나오지 않을까 싶다.

행정 및 연구자 단위에서 과감한 개혁을 이야기할 때는 예산의 벽을 넘어가기 힘들지만, 지역공동체에서 이러한 변화에 대한 동의가 생겨날 때 비로소 과감한 제도 개혁도 가능하다. 결국 지역에서의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지자체의 책임있는 대응이 우리사회에 통합돌봄의 시대를 여는 동력이다.

중앙정부는 법 제도 정비를 통해 지자체가 그렇게 할수 있게 제반 여건을 마련해주어야 할 것이다. 지역사회통합돌봄, 이제부터 시작이다.

 

/임종한 인하대 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