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린이보호구역이 무색한 교통사고
[사설] 어린이보호구역이 무색한 교통사고
  • 인천일보
  • 승인 2021.03.22 17:32
  • 수정 2021.03.22 16:52
  • 2021.03.23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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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인천 중구 신광초등학교 정문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한 시민이 헌화를 하고 있다. 추모공간은 지난 18일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25t 화물차에 치여 세상을 떠난 A양을 위해 마련됐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 21일 인천 중구 신광초등학교 정문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한 시민이 헌화를 하고 있다. 추모공간은 지난 18일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25t 화물차에 치여 세상을 떠난 A양을 위해 마련됐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지난 21일 오전 인천 중구 신흥동 신광초등학교 정문 앞에는 화물차에 치여 숨진 A(11)양을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됐다. 순박했던 아이의 웃음을 닮은 백합꽃들과 함께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고 쓰인 팻말이 놓여 있었다. 이어 이 학교의 한 초등학생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의 트럭 통행을 금지해달라는 국민청원을 제기해 눈길을 모았다. 18일 오후 1시50분쯤 학교 앞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A양이 25t 화물차에 치여 숨진 뒤 게시된 글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따르면 '스쿨존에 트럭 다니게 하지 말아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판에 올라왔다. 초등생 청원인은 “트럭에 치여 숨진 아이는 제 동생의 친구”라며 “스쿨존에 화물차가 다니지 않도록 제발 한 번씩 동의해달라”고 썼다. “제 동생과 1∼5학년 친구들이 (화물차 사고로) 다치거나 사망할까 봐 무섭다”며 “피해자가 동생 친구여서 제 동생이 많이 울고 있고 피해자 부모님도 마음이 찢어질 정도로 슬플 것”이라고도 했다.

A양이 사고를 당한 현장은 스쿨존으로, 차량 운행 제한 속도가 시속 50㎞ 이하다. 경찰은 스쿨존에서 발생한 사고인 만큼, '민식이법'인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치사 혐의를 화물차 운전사 B씨에게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민식이법은 2019년 9월 충남 아산의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사망 당시 9세)군의 이름을 따 개정한 법이다. 하지만 법만 제정해 놓고 그 관리나 대처 방안이 아주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행정기관이 교통사고 예방에 너무 안일하다는 얘기다.

이런 당국의 형식적 대응은 신흥동 사례만 봐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해 신흥동에서 일어난 화물차 사고는 81건에 이른다. 결국 빈번한 화물차 통행이 이번 사고를 부른 셈이다. 주민들은 중구청에 화물차 우회 방안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울러 어린이보호구역임에도 차량 속도를 50㎞까지 허용한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경찰과 중구청, 학교 등 유관기관이 사고 직후 간담회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신광초 일대 속도 제한을 기존 50㎞에서 30㎞로 하향 조정하고, 학교 인근 안전 시설물을 강화하는 등의 방안도 단편적 처방일 뿐이다. 사고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화물차 우회 통행 계획을 세워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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