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의 상징 새 ‘두루미’가 갯벌에 물이 차오르자 잠자리로 처음 확인된 인천 서구 세어도 인근 소항산도에 모여들고 있다. 사진은 ‘생태교육허브물새알’이 2021년 2월 26일 촬영한 장면.

인천의 새 '두루미'

두루미는 인천을 상징하는 새다. 한자로는 학(鶴)이라고 표기한다.

인천에는 유난히 학자가 붙은 지명이 많다. 문학동, 선학동, 청학동, 학익동, 임학역, 송학동 등이 모두 두루미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백령도의 지명도 두루미의 '흰 날개'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인천에 두루미가 많았다는 얘기다. 인천유나이티드의 마스코트인 유티(UT)도 두루미다.

전 세계에 3천 마리 남짓이 남아 있는 두루미는 천연기념물 202호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다.

두루미는 몸 색깔이 희고 깃털 일부와 꼬리가 검은 색을 띈다. 회색의 재두루미와 검은색의 흑두루미도 천연기념물 203호와 228호로 각각 지정돼있다.

한 때 인천 서구 연희동과 경서동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두루미 도래지가 있었다.

하지만 청라신도시와 쓰레기매립지가 들어서면서 자취를 감췄고, 인천시는 2017년 인천의 상징물에서 두루미를 제외시켰다. 인천시가 자신의 손으로 인천의 상징새를 몰아낸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인천 강화 갯벌에 두루미가 돌아오고 있다. 처음에는 10마리 남짓이던 것이 최근에는 50여 마리로 늘어났다. 얼마 전에는 인천 중구와 서구에서도 관찰됐다.

인천을 다시 찾은 두루미를 보호하려는 시민단체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시도 과거의 실수를 만회하려는 듯 보호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평화의 상징 '두루미'

동북아시아 하늘을 자유롭게 누비는 두루미는 러시아 동남부와 중국 동북부에서 남하해 대부분 우리나라 중부지역인 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 DMZ) 인근에서 겨울을 보낸다.

환경부는 지난 2013년 7월 두루미를 DMZ '깃대종'으로 선정했다. 깃대종은 한 지역의 가장 대표적인 생물 종을 말한다.

DMZ를 접하고 있는 경기도 연천군은 두루미 테마파크를 조성해 운영 중이다.

강원도 철원군은 지역주민과 단체, 관계기관, 전문가들이 모인 협의체를 만들고 'DMZ 두루미평화타운'을 운영하고 있다.

흑두루미의 중간 기착지인 전남 순천은 지난 1월 일본 이지미시와 '흑두루미 하늘길 연결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일본에서 날아와 순천과 북한 문덕에서 쉬었다 러시아로 날아가는 흑두루미를 '동북아 평화메시지'의 상징으로 삼기 위한 사업이다.

 

한강하구와 북한 서해안 지역의 두루미 보호 실태

'한반도 평화 재건의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한강하구의 깃대종도 두루미다. 갯벌과 습지가 잘 발달된 이곳에는 매년 많은 숫자의 두루미가 날아든다.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조강리 일대에서는 재두루미와 흑두루미 백여 마리가 관측된다.

고양시는 철원군, 전남 순천시와 함께 두루미 서식 환경 보호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북한에서도 두루미 서식지역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 중이다. 연평도 북쪽지역인 황해남도 강령군에는 북한 천연기념물 130호로 지정된 흰두루미살이터가 있다.

황해남도 옹진군에는 재두루미살이터(천연기념물133호), 배천군에는 배천두루미살이터(천연기념물 164호)가 각각 지정돼 있다.

북한지역에서 가장 큰 두루미 월동지역은 백령도와 인접한 황해남도 룡연군이다. 청천강 하구인 문덕과 서해안 덕도 등에도 두루미 보호구역이 있다.

▲ 인천 중구 영종대교 인근 갯벌에서 먹이활동을 하던 두루미 가족이 잠자리인 소항산도로 날아가고 있다./사진제공 = 글로벌에코투어연구소
▲ 인천 중구 영종대교 인근 갯벌에서 먹이활동을 하던 두루미 가족이 잠자리인 소항산도로 날아가고 있다./사진제공 = 글로벌에코투어연구소

인천지역에서 갯벌 두루미 잠자리 처음 확인

인천지역 환경단체와 인천시 등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 초까지 인천 갯벌에서 월동하는 48개체의 두루미를 확인했다.

특히 지난 달 26일 인천 동검도와 세어도 일대 무인도에서 40여 마리의 두루미가 휴식을 취하며 잠을 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두루미 서식지가 강화도 남단 갯벌을 포함해 중구 영종대교 인근, 서구 세어도 일대 갯벌 등으로 넓게 확장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6일과 27일 강화도 분오리 '저어새생태마을커뮤니티센터' 회의실에서 두루미 보호를 위한 관계기관 긴급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회의에는 강화도시민연대, 생태교육허브물새알과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인천지속협), 글로벌에코투어연구소, 가톨릭환경연대, 인천환경운동연합,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참여했다.

또한 인천시와 국제기구인 동아시아 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st Asian - Australasian Flyway Partnership, EAAFP)가 자리를 함께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두루미 잠자리 무인도서 보호구역 지정 ▲드론 촬영, 소음 등 두루미 위 협 행동 금지 안내판 설치 ▲두루미 민물 식수터 조성 ▲두루미탐조 등 생태관광인증제도 도입 ▲두루미보호 민관협의회 구성 등 다양한 의견이 논의됐다.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주관으로 개최된 인천의 새 ‘두루미’ 모니터링 및 관계기관 긴급간담회‘ 참가자들이 회의가 끝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 =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주관으로 개최된 인천의 새 ‘두루미’ 모니터링 및 관계기관 긴급간담회‘ 참가자들이 회의가 끝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 =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두루미 보호활동 중심에 선 인천지속협

인천지속협은 지난 3년 간 지역 환경 교육 기관, 단체 등과 함께 두루미 모니터링을 진행하면서 그 결과를 지역 사회와 공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활동은 ▲정기적인 모니터링 ▲두루미 환영행사 ▲두루미 시민학교 ▲두루미 홍보 브로슈어 제작 및 배포 ▲두루미 홍보 영상 제작 ▲두루미 사진전 개최 등이 꼽힌다.

최근에는 인천지속협에서 제작한 두루미 홍보 영상이 시내 곳곳에 설치된 대기 정보 알림 전광판을 통해 상영되고 있다.

특히 민·관 거버넌스인 인천지속협은 두루미 보전 계획과 예산 반영을 위한 관계기관 회의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심형진 지속협 상임회장은 “과거 대규모 갯벌 매립으로 두루미를 사라지게 한 실수를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된다”면서 “인천시가 서둘러 두루미 보호 대책을 만들어 주기를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국제기구인 'EAAFP' 활동

동아시아-대양주를 이동하는 물새와 서식지 보존을 위해 2006년 11월 설립된 EAAFP는 2019년 재단법인을 발족시켰다.

현재 18개국 정부와 12개 국제NGO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인천송도국제도시에 재단사무국을 두고 있다.

인천의 두루미 보호활동 소식을 접한 지난해부터는 두루미, 저어새 및 철새 보호를 위한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환경 단체, 환경 교육 기관에 기금을 지원하는 등 두루미 홍보와 시민들을 위한 체험 교육 강좌 개설을 돕고 있다.

EAAFP 지원을 받아 두루미 보호와 인식 증진 사업을 진행하는 단체는 생태교육허브물새알협동조합(대표 여상경), 인천환경운동연합(대표 심형진·이혜경·박병상), 생태교육센터이랑(대표 유종반), 강화도시민연대(대표 김순래) 등이다.

강화도 전문 환경 교육 기관인 '생태교육허브물새알'은 지난 해 11월 두루미 환영 행사를 진행하는 등 두루미 모니터링과 두루미 잠자리 보호 운동을 이끌고 있다.

'생태교육센터이랑'은 지난 해 11월부터 3월까지 두루미자연학교를 개설해 모니터링과 탐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에코투어연구소(소장 노형래)는 매 달 한 차례씩 인천지역 공직자들에게 두루미의 현황과 모니터링 결과를 알려주는 '해양환경도시 바로알기'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재)EAAFP 윤동구 사무국장은 “인천시민들과 함께 하는 두루미 보호 활동을 위해 환경 단체, 환경 교육 기관을 정기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루미 보호를 위한 인천의 과제

두루미 보호를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서식지인 강화군 동검도 일대의 환경 훼손 방지와 복원 사업이다. 현재 동검도는 크고 작은 커피숍과 펜션이 무분별하게 들어서면서 두루미 서식지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민 스스로가 두루미 보호에 동참할 수 있도록 두루미 탐조프로그램 운영을 통한 수익 창출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시민단체가 자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모니터링 사업을 정례화, 체계화하는 것도 역점사업으로 꼽힌다. 이를 위해 모니터링 전문 활동가를 양성하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강화도 3곳과 영종도, 김포지역 등 모니터링 구역을 세분화하고 개체수, 월별, 기온별, 개체수, 증감, 유조 비율 등 항목을 세분화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최근 두루미 서식지가 발견된 세어도 인근 무인도에 대한 보호대책도 요구되고 있다. 인천시와 시민 사회 단체는 이 곳을 해양수산부의 '절대보전 무인도서'와 환경부의 '특정도서'로 지정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생태교육허브물새랑 여상경 대표는 “두루미와 서식지 보호를 위해서는 주민들의 동참이 절실하다”면서 “두루미 홍보 사업과 교육을 통한 시민 인식 증진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찬흥 논설위원 report6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