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초반 이후 전 세계에서, 이른바 '민주적 소유(Democratic Ownership)'를 정책적으로 제도화하여 이를 지역경제와 지역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한 동력으로 삼는 도시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기획을 시도해오고 있는 도시들의 공통점은, 지자체, 공공기관, 대학, 대형병원 등과 같은 지역에 닻을 내린 '앵커' 기관들이 독점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유무형의 자산이나 외부 사업체들에 대한 조달력을 지역 내 주체들이 모두 평등하게 접근하고 또 활용할 수 있는 공공적인 '지역 공동체 부(Community Wealth)'로 규정해 이를 시민자산화하는(Commoning) 것이 지역경제를 살리는 가장 유효한 방법이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지역 앵커기관들이 배타적으로 소유하거나 비용이나 효율을 명분으로 지역주의적이지 않는 형태로 구사해왔던 그들의 조달력을 공공적으로 소유하는, 즉 민주적인 소유가 지역을 살려내는 유력한 대안이라는 새로운 인식이 바로 그 골자다. 민주적인 것들, 또는 민주주의는 되레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왔던 우리 일부의 낡은(?) 선입견과는 정반대의 문제의식과 그 시도가 지금 전 세계 도시와 지역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이른바 '경제민주화'를 고민할 때, '소유'의 문제를 피해 갈 수는 없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심화되어 오고 있는 과도한 사적 소유, 특히 대자본에 의한 독점적인 소유는 그간의 수십 년에 걸쳐 강행되어 온 신자유주의 정책의 귀결임을 우리는 잘 안다. 이뿐만 아니다. 신자유주의가 부의 격차 문제, 비정규직 불안정고용의 증대, 기후위기의 심화, 민영화로 인한 공공서비스의 후퇴, 그리고 지역경제의 피폐화와 같은 다양한 위기적 현상들을 초래하고 있음은 쉽게 부정되기 어렵다. 이런 맥락에서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고 또 신자유주의의 폭주에 대항하기 위해, 위에서 언급한 '민주적 소유'를 지역을 살리기 위한 중요한 방법론으로 인식하고 있는 세계의 여러 도시에서 지금 '재공영화(Remunicipalisation)'가 급속히 이루어지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전 세계 1600개가 넘는 도시의 전력, 수도, 복지 등 매우 다양한 공공서비스 영역에서 무려 835건의 재공영화가 단행되었다. 유럽, 북미, 심지어 인도에서조차 민영화로 인해 잃어버렸던 '지역 공동체 부'를 지금 여러 도시들이 되찾아내고 있다.

이렇듯, 지금 세계 각지는 지역의 공공재와 공적 서비스 등, 지역 시민이 그 존엄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한 공적인 소유를 되찾기 시작하고 있으며 또 그것을 토대로 지역경제를 민주적으로 재편시켜 그 활성화에도 성공하고 있다. 그런데 공적 소유의 비효율화 및 관료화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그 투명성과 설명책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그래서 이와 관련해서는 추상적인 논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공재와 공공서비스를 '커먼즈'로 시민자산화하여 시민이 공동으로 또 민주적으로 생산하며 관리하는 것을 여러 모범 사례를 통해 구체화시켜내는 논의로 발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수도사업 재공영화와 그 민주적 소유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성공한,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테라사시의 사례는 주목할 만한 가치가 크다.

테라사시는 지역의 시민 그룹과 연구자들이 모여 네트워크 플랫폼을 구축하여 민영화된 수도사업의 재공영화에 성공했고, 이들의 주도로 2018년에 새로운 수도 공기업이 설립되었으며, 또 시의회에 깊숙하게 관여하면서 법적으로는 이에 독립적인 시민조직을 탄생시켰다. 특히 이 조직은 지역 시민들이 숙의를 바탕으로 시의회에 대해 공공적인 수도사업 운영을 위한 정책제언을 강하게 발신하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에는 관련 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청하기도 하는 공식적인 기능도 갖는다. 이와 같은 시민조직의 최고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총회는 시의회를 구성하는 정당들, 지자체, 기술자, 기업, 커뮤니티, 노동조합, 연구기관 및 대학 등의 대표자들에 의해 구성된다. 바로 이 점에서 위정자들에 의해 대표자가 매우 자의적으로 선출되는 심의회와 같은 기구와는 전적으로 차별화된다. 결국 공공의 서비스 즉 '지역 공동체 부'를 지역사회의 모든 주체들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관리하는 즉 민주적 소유를 토대로 하는 '공동생산(Co-production)'이 재공영화의 부작용을 막고 또 수도사업을 영위하는 공기업의 조달이 지역 내 기업들의 수주와 매칭될 수 있도록 유도해내면서 지역순환경제 차원의 효과 역시 극대화된다.

공공서비스 영역을 민영화로부터 지켜내는 것과 재공영화, 그리고 그 이후의 새로운 공적 소유는 바로 '민주적 소유'로 천착되어야 한다. 테라사시뿐만 아니다. 세계가 주목하는 영국 프레스턴시와 미국 클리블랜드시를 보더라도 '민주적 소유'는 지역경제의 중요한 조건이다.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