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고법·해사법원 유치하는데 최선 다할 것”

"청년 변호사 도울 발전기금 적립 통해 지원
여성육아기금 활용 일·가정 양립 문화 정착
부회장직 늘려 여성·청년위원장 겸직키로

사법 접근성 향상만으로 고법 타당성 충분
국제공항·항만 갖춘 인천 해사법원 최적지

사시-변시 출신 상생문화 확산 방안 구상
인천, 개방·포용적 도시…발전 가능성 높아"
▲ 이상노 제21대 인천변호사회장이 4일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소재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인천시민이 항소심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까지 가야 하는 수모감에 대해 지역 정치권은 오랜 세월 침묵을 지켜왔다. 이런 가운데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법조타운에서 “인천고등법원을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 거센 파도를 일으켰고 마침내 지난해 인천고법 설치 법안 발의란 값진 성과를 일궈냈다.

그 중심에는 인천지방변호사회가 있다. 1983년 설립된 인천변호사회는 40년 가까운 역사를 쌓아올리며 어느새 600명이 넘는 전문직 단체로 성장했다.

인천변호사회가 최근 새로운 수장을 맞았다. 그 주인공은 지난 1일 2년간의 임기에 들어간 이상노(52·사법연수원 24기) 제21대 인천변호사회장이다. 4일 이 회장을 만나 인천변호사회 운영 방향과 법조계 현안 등을 들어봤다.

 

▲청년 보듬고, 여성 고충 살피고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 회장직을 맡게 돼 마음이 참 무겁습니다.”

이 회장은 짧은 소감을 전하면서 코로나19 장기화로 침체한 법조시장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는 인천변호사회 회원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조시장도 코로나19의 소용돌이를 피할 수 없었다. 사회적 활동이 제한되고 법원 휴정기가 거듭되자 법조계 곳곳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인천변호사회 회원은 인천과 경기 부천·김포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들로, 총 729명이 가입돼 있다. 이 중 개업 회원은 630명에 이른다.

특히 이 회장은 150명이 넘는 청년 변호사들에게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청년들이 지역 법조시장에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워야 인천변호사회 미래도 밝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 변호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청년발전기금'을 적립해 실질적 도움을 줄 계획입니다.”

여성 변호사들의 고충 해소도 이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현재 적립 중인 '여성육아기금'의 효과적 활용 방안을 마련하는 등 법조계에 일·가정 양립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게 이 회장의 구상이다.

이 회장의 청년·여성 변호사 관련 공약 실천 의지는 새 집행부에 그대로 녹아 있다. 21대 집행부 부회장직은 기존 2자리에서 3자리로 늘어났는데, 이 중 2·3부회장이 각각 여성위원장과 청년위원장을 겸직하도록 조직을 구성했다.

 

▲인천고법 설치, 반드시 이룬다

이 회장은 과거 고등법원 설치 기준으로 삼았던 인구 규모와 지역 형평성 등은 현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기준이라며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천시민의 사법 접근성 향상'이란 명분 하나만으로도 인천고법 설립의 타당성은 충분하다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단순히 인구수만 갖고서 고등법원을 설치하니 못하니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광역시마다 고등법원이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합니다. 현재 사법부 구조는 광역 단위로 분산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인천고법도 하루빨리 설립될 필요가 있습니다.”

인천은 전국 광역시 중 울산과 함께 고등법원이 개원하지 못한 유일한 지역이다.

최근 제51대 대한변호사협회장에 당선된 이종엽 협회장이 인천고법 유치에 큰 도움을 줄 것이란 기대감도 나타냈다.

“인천변호사회장을 지낸 이종엽 협회장은 인천 현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분입니다. 인천 원외재판부 유치 과정에서도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인천고법 유치에도 힘써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아울러 인천고법이 설치되면 인천시민의 사법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뿐 아니라 항소심 재판부의 사건 이해력과 판단력이 높아지고 기업 유치와 도시 발전 및 위상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역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정원 확대로 법조계 인재가 늘어나고 법조시장 규모가 커져 인재 유출을 막는 효과도 볼 수 있다.

그는 임기 내 인천의 사법 독립을 앞당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인천은 국제공항과 항만을 갖추고 있고 외국 기업의 접근성이 탁월해 해사법원 설립의 최적지이기도 합니다. 임기 내 인천고법과 해사법원을 유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벽' 허물고, '상생의 길' 연다

2009년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이후 국내 변호사업계에선 사법연수원 출신과 로스쿨 출신 간 묘한 대립 구도가 형성됐다. 변호사 자격 취득 과정이 다르다 보니 두 집단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겨난 것이다.

“단순히 변호사를 사법시험과 변호사시험 출신으로 구분하는 것은 이분법적 사고로 잘못된 시각입니다. 두 집단 간 간격을 좁혀 나갈 수 있도록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 회장은 앞으로 선후배 간 아쉬운 부분이 무엇인지를 경청하고 상생 문화가 확산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경기도 성남 효성고와 한양대 법대를 졸업한 이 회장은 1995년 결혼을 계기로 인천과 인연을 맺어왔다고 한다.

“청년 변호사 시절부터 인천은 개방적이고 포용성이 뛰어난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른 어떤 도시들보다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그런 자부심을 갖고 인천에서 변호사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는 20년이 넘는 변호사 생활이 이제는 지겨울 법도 한데 여전히 매력적인 직업이라며 변호사 예찬론을 폈다.

“변호사는 어떤 선입견도 갖지 않고 개방적 상태에서 의뢰인의 의견을 듣고 법원이나 검찰을 설득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상대를 설득하는 노력도 필요하고 전달받은 의견을 수용하고 소통하는 능력도 요구됩니다. 특히 남을 설득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