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첫 눈(논현동), 2021

신축년 새해 벽두부터 내린 눈이 온 대지를 새하얗게 뒤덮었다. 미처 준비가 안 되었던 터라 여기저기 정체가 빚어졌고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발생하며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계속되는 전염병 위기에 한파와 폭설이 겹쳐지며 가뜩이나 살얼음판을 걷는 시민의 마음이 더 꽁꽁 얼어붙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 사이 제대로 된 눈 구경을 못하고 겨울을 보내기 일쑤였는데 펑펑 내리는 새하얀 눈을 보니 내심 반가웠다. 사회적 관계망에도 동심으로 돌아가 눈사람 만들기에 푹 빠진 사람들의 사진과 영상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전염병으로 해넘이나 해맞이를 못한 우리에게 하늘이 위로의 마음으로 하얀 눈을 내려주셨다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반가움과 안타까움이 교차한다.

대기의 수증기가 위로 올라가 차가운 공기를 만나면 얼음결정체를 만들어 내리는 게 눈이라는 뻔한 과학적 사실을 우리는 안다. 그것을 알면서도 왜 눈은 사람의 마음을 행복하게 만드는 걸까. 아마도 눈이 주는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넘어 마음속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사랑의 마음을 전달하기 때문이 아닐까?

눈이 내릴 때 먼저 영화 '러브스토리(아더힐러 감독)'의 OST를 들었다. 주인공 알리 맥그로우(제니), 라이언 오닐(올리버)이 눈 내리는 교정에서 눈사람을 만들며 사랑을 키워나가던 그 명장면과 배경음악이 너무나 선명하게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고통스럽고 힘들었던 지난 기억들을 모두 묻어버리는 하얀 세상처럼 우리 마음을 밝은 희망으로 가득 채울 수 있는 긍정의 메시지에는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이 분명히 자리잡고 있다. 새해에는 저 고약한 전염병을 사뿐히 즈려밟고 세상 모든 이들이 답답한 마스크를 훌훌 벗어버리기를 기원해 본다. 소소했던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는 해가 되었으면 한다.

/포토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