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든든한 혜택, 골목상권 지키는 활약
▲ 지난 2020년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지역화폐 존재감이 급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인천 남동구 전경. /인천일보 DB

그동안 존재감이 미미했던 전국의 지역화폐가 2020년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가치를 입증했다. 최근 가맹점 매출과 주민들 소비를 늘리는 데 지역화폐가 한몫했다는 분석과 함께 인천에선 지난해 동안 인천e음 활용도가 상승해 관련 지출 실적이 지자체마다 증가한 모습이다.

▲“지역화폐 도입 후 매출·소비 늘어. 부가가치 8000억원 창출”

지난 31일. 지역화폐 발행에 따른 전국적 부가가치 창출이 국비 보조금 등 발행 비용을 제외할 때 지난해 8000억원 순증으로 추산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행정안전부가 연구용역을 의뢰해 나온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1~10월까지 총 발행액 11조4028억원에 대한 지역 내 부가가치 창출로, 소득 증가 효과가 전국 약 2조원 정도로 추산됐다. 국비 보조금과 발행 비용을 제하고 약 8000억원 순증 효과가 있다는 결론이다. 관련 발행으로 소비와 거래가 증가하면서 국가 전체적으로도 소득 증대 효과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번 보고서에선 지역상품권 이용자 1021명과 소상공인·자영업자 522명을 대상으로 지난 10∼11월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와 함께 이를 토대로 추산한 부가가치 등 경제적 효과 분석 등이 담겼다.

연구원 측은 설문조사를 통해 지역상품권 도입 전후 소상공인의 월평균 매출액과 상품권 이용자의 월평균 소비를 비교했는데, 지역상품권 가맹점 경우 지역상품권 도입 후 월평균 매출액이 87만5000원(3.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비해 비가맹점 월평균 매출액은 8만6000원(0.4%) 감소했다.

가맹점 월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매출 규모가 작은 영세 가맹점일수록 높았다. 매출액이 적은 순서대로 저위, 중위, 상위로 나눴을 때 월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13.6%, 12.9%, 9.9% 순이다. 지역상품권 이용자 월평균 소비 금액(거주지 내)은 상품권 도입 후 29만9000원 증가했다.

또 이용자 77%는 보유한 지역상품권을 3개월 안에 모두 사용했으며, 상품권 주 사용처는 마트·슈퍼마켓, 음식점, 병·의원·약국, 서점·안경·문구 등 순이었다.

 

▲지역 경기 침체 속 인천e음 존재감

인천시는 최근 지역화폐에 대한 캐시백 확대 혜택을 올해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한 지역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다. e음 카드를 이용할 때 월 결제액 기준으로 50만원 이하는 10%, 50만원에서 100만원 이하는 1%를 돌려받게 된다. e음 카드로 월 100만원을 결제한다고 가정하면, 이용자가 돌려받는 캐시백은 모두 5만5000원이다. e음 카드 가입자 수는 138만명으로 지난해 결제액만 2조80000억원을 넘어섰다. 전국 지역화폐 결제금액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다.

실제로 인천시 자료를 분석해보니, 코로나19 2차 확산 직전인 작년 7월부터 11월까지 지난 5개월 동안 인천 8개 구마다 e음 지출 금액이 많게는 각자 수천억원에 이른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신음하고 있는 골목상권, '일반휴게음식업'에서 전체 지출 가운데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

비대면 생활로 온라인 소비가 확산하는 지금과 같은 국면에선 빠른 배송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주로 서울권역 대형 기업들만 배를 불리기 쉬운데, 인천 영세 사업자가 몰려 있는 지역 '일반휴게음식업' 소비를 e음 카드로 어느 정도 붙들어 둔 게 확인된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자리를 잡은 비대면 소비 핵심은 거대 자본이다. 기존 오프라인 소비를 온라인으로 끌어오기 위해선 애플리케이션 구축과 같은 기술력에 더해 물류 창고와 배당 시스템 등 천문학적인 돈이 드는 사업 수행이 필수적이다. 해당 기업들 본사 소재지가 대부분 서울과 경기에 있는 구조에서 중앙 사고적 비대면 소비를 쫓았다간 인천과 같은 지역 경제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 2차 유행 후, 전체 지출 1등은 서구, 1인당 지출 1등은 연수구

코로나19 2차 확산 직전인 7월부터 지난 11월까지 e음 카드 결제액이 가장 높은 지자체는 인천 서구다. 영화관이나 숙박업, 약국, 주유소, 학원, 일반음식점까지 서구 전체 e음 카드 결제 액수만 3151억8300만원에 이른다.

해당 기간 동안 서구 인구(53만7891명) 1인당 58만5961원씩 돌아가는 액수다. 지난 10월에는 '일반휴게음식업' 결제만 165억6713만원에 이르면서 같은 달 전체 결제 금액에서 25%를 담당하기도 했다. e음 카드 결제 실적만 봐도 골목상권에서 활약하는 몫이 적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인구 1인당 e음 카드 결제액 1등 지자체는 연수구다. 연수구 인구가 35만3687명인데 지난해 7월~11월 결제액이 2470억8400만으로 1인당 69만8595원꼴이다. 연수구 전체 결제 액수에서 최대 비중은 역시 '일반휴게음식업'(30%·729억1821만원)이 차지했고 교육도시 위상답게 '학원'이 12.7%(312억6138만원)로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인천시는 앞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고 지역 경제가 회복되는 시점에 캐시백 지급 한도와 비율을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지역화폐 존재감이 상승한 만큼 코로나19가 배제된 세상에서의 지역화폐 존재감에 대해 고민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