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형자들의 재범방지 골든타임 놓치지 않겠다

교도관은 일하면서 봉사하는 직업
재소자 중 '삶에 희망 가지게 됐다'는 말에
보람있는 일이자 가치있는 일로 믿음 가져
후배들 '어떤 스토리 담을지' 고민한다면
누군가의 인생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될 것

수형자들에게 수감기간은 치료의 시간
아동성폭력범 대상으로 도입된 심리치료
최근 알코올중독·마약사범까지 확대됐지만
시스템·전문인력 부족의 한계 … 개선 시급
▲ 1948년 교정본부(국)가 설치된 이후 최초의 여성책임자인 이영희(55) 법무부 교정본부장은 “소통, 과제해결 능력 등 여성이 가진 강점을 바탕으로 재범률을 낮추고 국민이 안전한 사회를 이루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7월 전국 1만6000여명 교도관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영희(55) 법무부 교정본부장은 1948년 교정본부(국)가 설치된 이후 최초의 여성책임자이다. 이 본부장을 두차례에 걸쳐 만나, 우리나라 범죄 교정(矯正)의 현주소와 선진미래를 위한 과제 등을 자세히 들어 봤다. 그는 “교정행정은 포용적 자세가 기본이다. 여성의 감성은 소통능력, 과제해결 능력 등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교정에 잘 활용해 재범률을 낮추고 국민이 안전한 사회를 이루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1989년 광주교도소 근무를 시작으로 교정에 입문한 이 본부장은 화성직업훈련교도소장, 광주교도소장, 수원구치소장, 법무연수원 교정연수부장을 지냈다.

 

▲교정에 입문해서 처음 받았던 보직과 당시의 느낌은

처음에 1989년 광주교도소 근무를 발령(7급) 받았다. 처음엔 '교정'이 얼마나 인간적인, 보람 있는 일인지 전혀 몰랐다. 하지만 곧 '교도관'이라는 직업은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큰 믿음을 얻었다. 그저 성실히 상담을 해주었을 뿐인데, 누군가 “삶에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는 감사의 말을 전해 왔다. 한 수형자의 이 말은 나에게 새삼 '교정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다. 이때부터 후배들에게 “교도관은 일하면서 봉사할 수 있는 멋진 직업”이라는 말을 자주하게 되었다.

 

▲지역사회 교정이란

2021년부터 시작하는 '제1차 형의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기본계획'은 교정의 가치와 지역사회교정의 중요성이 22개 비전에 잘 나타나 있다. 선진국의 교정·교화는 '지역사회교정'으로 발전하고 있다. 범죄자들을 소외·고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속에서 잘 적응하도록 돕는 것이다. 교정·교화의 목표는 '선량한 시민으로 사회에 복귀시켜 재범에 이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재범률은 2019년 26.6%로 국제적으로도 낮은 수준이다. 이는 가정과 사회, 국가의 종합적인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교도소·구치소 등 수용시설의 현안은

수용시설은 범죄로 구금된 미결수용자, 기결수형자들이 살고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현재 수용시설은 과밀이 가장 큰 문제다. 과밀이 심한 기관의 경우 138%를 넘고 있다. 5명이 생활할 수 있는 수용거실에 8~10명을 수용해야 되는 상황에 직면한 기관도 있다. 시설이야말로 인권적 처우를 위해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다. 수용자들이 먹고, 자고,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기 때문에 국가가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수용과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500명 수용규모의 교도소를 10개 이상 신축해야 된다. 신축·재건축과 관련, 지역 주민들의 도움을 부탁드린다. 안양교도소의 경우 2010년부터 재건축을 협의하고 2014년 대법원의 승소판결까지 받았지만 지역의 반대로 10년째 표류하고 있다. 재판이 진행 중인 미결수용자를 수용하는 '구치소'는 법원·검찰 인근에 위치하는 게 마땅하다. 인구의 노령화에 따라 노인교도소, 의료교도소 등도 선진국에서는 속속 들어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를 도입해야할 과제를 안고 있다.

 

▲성폭력·마약 사범 '심리치료' 계획은

심리치료는 2011년 이동성폭력범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되었다. 2018년 교정본부에 심리치료과가 신설되고 일선에는 2020년 5개기관에 심리치료과가 신설되었다. 최근 법원명령은 성폭력, 아동학대, 알콜중독 등으로 확대됐다. 2021년 부터는 마약사범까지 확대되므로 심리치료과 추가 설치가 시급한 실정이다.

최근 조두순 출소를 두고 사회안전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다. 재범방지를 위해 현재보다 더욱 강화된 '교도소 치료시스템 및 전문인력 확충'이 요구된다. 수형자들에게는 수감기간이 치료의 골든타임이다. 현재 전국의 교정시설에는 성폭력사범 8,300여명과 마약사범 4,000여명이 수용되어 있다.

 

▲교도관의 어려운 현장실정은

교정공무원들은 4부제로 근무한다. 하지만 필요한 인원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해 현장근무자들의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다. 수용자 처우가 증가하는 만큼 비례해서 증원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데 1차적 원인이 있다. 또한 특정요일에 집중되어 있는 재판, 관외 출정 등도 근무여건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직원들의 휴무가 보장되고 예측 가능한 근무환경을 만드는 게 저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생각한다.

 

▲교도관의 '인권 감수성' 교양교육은

자유가 박탈된 수용자를 담당하는 교도관들에게 '인권감수성'은 매우 중요하다. 인권감수성은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고 단기간 형성되기 어려운 만큼, 직무에서 요구되는 수준만큼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 체계가 중요하다. 하지만 교육수요는 많으나 교육기회는 제한되어, 교정직 7급 신임교육의 경우 14주 이내의 교육을 받는데 불과하다. 경찰이나 소방은 52주의 신임교육을 받는 것과 비교된다. 이러한 차이는 외청으로 독립된 소방이나 경찰은 특정직으로 되어 있지만, 교정은 일반직으로 분류되어 독립된 교육기관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교정의 외청독립'은 교정교육의 전문화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과제다.

 

▲교정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교도관이라는 직업은 결코 평범하거나 쉬운 일은 아니다. 교육자적 요소, 상담사적 요소, 복지사적 요소, 범죄심리학적 요소 등이 혼재된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정에 입문하고 싶다면 직업적 특성에 대한 이해를 먼저 하기 바란다. 교도관을 하는 내내 '어떤 스토리를 담고 싶은지'에 대한 답을 할 수 있다면 , '누군가의 인생을 도울 수 있는'훌륭한 교도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청소년과 부모님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먼저 부모들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2013년 김천소년교도소장을 한 적이 있다. 소년수용자 대부분 결손가정에서 자랐거나 조손가정 이었다. 명절이 되었는데 담장 안에서 우울하게 보낼 아이들이 걱정되었다. 그러나 소년수형자들에게 명절은 특별한 날이 아니라는 충격적인 답이 돌아왔다. 대부분 명절이라고 해서 특별히 행복하거나 좋았던 기억이 없다는 것이었다. 사회적으로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 다시 한 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청소년들에게는 '시도해 보지도 않고, 포기하지는 말라'는 당부를 하고 싶다. 중학교 때 선생님이 해 주신 말씀이다. 그리고'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도 함께 해주고 싶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법무부 교정본부는...

교정본부는 교정행정을 총괄하는 중앙기구이다. 교정본부장을 보좌하는 기구로서 교정정책단장과 보안정책단장이 있다. 교정본부는 교정기획과, 직업훈련과, 사회복귀과, 복지과, 보안과, 의료과, 분류심사과, 심리치료과 등 8개과를 두고 있다. 전국에는 4개의 지방교정청, 교도소 39개소와 구치소 11개소, 지소 3개소가 있다. 전국의 교정본부 소속 교도관은 1만6500여명이다.

/김신호 기자 kimsh5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