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너머에 핀 들꽃 한 송이의 지그재그 여정
▲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중 친구 네마짜데의 집을 찾아 헤매는 아마드의 모습.

“하루 종일 찾았는데 모두 그 애를 몰라요.”

초등학교 2학년생 아마드는 실수로 가져온 짝꿍 네마짜데의 숙제공책을 돌려주려고 언덕 너머의 마을 포쉬테에서 애타게 친구의 집을 찾는다. 어두워질 때까지 찾아 헤매도 친구의 집을 찾지 못하자 아이의 마음은 초조해진다. 아마드는 부모님께 혼나는 것도 걱정이지만 무엇보다도 친구가 퇴학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앞이 캄캄하다.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1987)는 이란 북부의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친구의 집을 찾아 헤매는 한 아이의 지난한 여정을 담은 맑고 순수한 물빛 같은 영화이다. 이란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잔잔히 흐르는 개울물 같은 단순한 내러티브 구조에 전문배우 대신 마을 사람들을 대거 출연시켜 다큐멘터리 같은 극영화를 선보이며 당시 서구 중심으로 흘러가던 세계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소통의 미학을 함축한 창과 문을 통해 일깨우는 '공동체 정신'

회색 페인트칠의 교실문을 카메라가 응시하고 그 열린 틈으로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잠시 후 선생님이 문을 열고 교실로 들어서자 학생들은 일순간 조용해진다. 교실 안에 긴장이 흐르는 가운데 숙제검사가 시작되고, 선생님은 원칙을 내세우며 공책에 숙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네마짜데를 호되게 야단친다. 영화는 울음을 터트리는 짝꿍을 옆에서 안타깝게 바라보는 아마드의 해맑은 눈망울과 권위적인 선생님의 매서운 눈초리를 대비시키며 오프닝을 연다. 집에 돌아온 아마드는 실수로 짝꿍의 공책을 가져온 걸 알고는 돌려주러 네마짜데가 사는 포쉬테 마을에 가려고 하지만 엄마는 끝내 허락하지 않는다. 결국 엄마 몰래 뛰쳐나가 포쉬테로 향하는 언덕길을 올라가면서, 아마드의 지그재그 여정은 시작된다. 영화는 여정 도중 아이가 마주치는 수많은 창문과 대문을 통해 안과 밖, 나와 타자,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현대 간의 소통과 교감에 대해 조명한다. 아이의 눈망울에 비친 세상은 어른들이 물질 중심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서구의 가치를 맹목적으로 쫓으며 내팽개친 전통 가치, 즉 유구한 전통문화와 공동체 정신이 세찬 바람에 나뒹구는 삭막한 현실이다. 한 치의 틈도 허용하지 않는 서구식 철문처럼 자기 세계 속에 갇혀 소통과 교감이 상실되어 가는 세상 말이다. 아마드는 지그재그 언덕길을 오르내리며, 계단을 오르내리며 친구의 집을 수소문해 보지만 아무도 네마짜데의 집을 알지 못한다. 드디어 네마짜데를 안다는 장인(匠人) 할아버지를 만난 아마드는 이젠 공책을 돌려줄 수 있다는 기대에 부푼다. 나란히 함께 걸어가는 장인 할아버지와 아마드 옆으로는 벽에 비친 아름다운 문양의 전통 창문 그림자들이 스쳐 지나간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만든 전통 창문의 아름다움과 가치에 대해 얘기하지만, 집에 돌아갈 걱정으로 마음이 조급한 아마드의 귀엔 그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 결국 네마짜데에게 공책을 돌려주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 아마드는 라디오만 만지작거리는 아빠를 보니 마음이 더욱 울적해진다. 그런데 세찬 바람에 문이 활짝 열리는 순간 비로소 깨닫는다. 하루 종일 찾아 헤맨 것을 마침내 찾았음을….

이제 한 송이의 들꽃은 장인 할아버지 손에서 아마드에게로, 그리고 네마짜데에게로 전해지며 지그재그 여정에 오른다. 페르시아 시인 사디의 시와 함께… “인류는 한 몸, 한 뿌리에서 나온 영혼…”

/시희(SIHI) 베이징필름아카데미 영화연출 전공 석사 졸업·영화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