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인안심 길, 2020.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벽화를 그렸다. 그 시기는 구석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의 동굴벽화에는 주로 동물의 형상이나 자신들이 숭배하는 대상이 그려져 있다. 현생인류는 그 대상을 향해 풍요를 기원하는 의식을 행했다. 멕시코혁명 직후 혁명정부는 멕시코의 역사와 신화를 주제로 많은 벽화들을 그리게 했다. 그것을 통해 신정부는 대중들을 교육하고 계몽했다. 그렇게 벽화는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 교육과 계몽의 수단이 되기도 했다.

1970년대 뉴욕의 브롱스 빈민가의 가난한 흑인소년들과 푸에르토리코 소년들은 스프레이와 페인트로 거리낙서를 했다. 힙합문화의 상징이자 오늘날 하나의 예술장르로 자리잡은 그래피티(Graffiti)의 시작이다. 벽화는 그렇게 맥을 이어왔다.

숭배의 대상이 되었던 동물 벽화는 대중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하나의 수단이자 예술 장르로 발전했다. 어둡고 소외받는 공간들이 예술가들의 손으로 정겹고 따스한 공간으로 바뀌어 갔다.

제물포역삼거리에서 수봉공원 방향으로 걸으면 주인공원이 나온다. 주안역과 남인천역 사이를 이어주던 '주인선' 철길이 있던 곳이다. 1985년 운행이 중단되었고 철길은 방치되었다. 버려진 채 외면받던 공간이 1997년부터 2005년까지 단계적으로 공원으로 조성되었다.

곳곳에 좁은 골목을 통해 공원과 연결되는 통로들이 있다. 좁은 통로는 늘 어두워서 사람들이 통행을 꺼려했다. 그러한 곳이 거리의 예술가들의 손에 의해 화사한 꽃이 피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코로나와 생활고로 겨울나기 버거운 서민들의 마음을 포근히 감싸는 벽화로 인해 공원은 소통과 힐링의 공간이 되었다. 오늘도 따스하고 행복한 메시지를 담아내는 인천의 예술가들에게 마음의 응원을 보낸다.

/포토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