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적도 호박회관 사인보드, 2020년.

호박회관? 생소한 장소였다. 얼마 전 옹진군 덕적도 기록사진을 진행했는데 이곳이 촬영리스트에 들어있는 것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좋은 이름들 다 놔두고 '호박회관'이 뭐람.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브랜드에 노출된 채 살고 있다. 브랜드가 있는 아파트를 나와 브랜드가 박힌 차를 타고, 브랜드가 새겨진 건물로 들어가 일을 한다. 브랜드가 박힌 식당을 찾아 밥을 먹고 브랜드가 찍힌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일과를 본다. 이렇듯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각종 브랜드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서해 저 멀리 덕적도의 이 브랜드는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호박회관은 일종의 동네 마실 역할을 하는 마을회관이다. 이곳에서는 덕적도에서 생산되는 해풍 맞은 청정 단호박을 사용한 음료에서부터 단호박 식혜, 단호박 식빵, 단호박 팥빙수 등 다양한 파생 메뉴를 만날 수 있다.

회관을 촬영하는 내내 주민센터 직원에서부터 씩씩한 젊은 군인 아저씨들, 동네 아주머니들에서부터 초등학생들까지 줄을 이어 달콤한 단호박을 찾았다. 그야말로 카페와 빵집, 마을회관을 모두 아우르는 그런 따뜻한 공간이 바로 이곳 '호박회관'이었다.

호박회관은 세상에 둘도 없는 최고의 브랜드다. 그 어느 브랜드보다 가치 있고 지역 친화적인 브랜드다. 아주머니들이 건넨 단호박 식혜 한 사발을 순식간에 들이킨 후 호박회관을 나섰다. 그날 덕적도의 이곳저곳 풍광을 찍으며 하루종일 나도 모르게 노래 하나를 흥얼거렸다. “호박 같은 내 얼굴 이쁘기도 하지요. 코도 반짝, 눈도 반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