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도전 … 나는 중독되었다

-돈이 벌고 싶다면 연예인으로 지냈을 것
세월호 추모식 사회 맡으면서 지역에 관심
연고 없지만 정 많은 사람·자연환경 매력적
용인서 성공한 농작물·예술공간 컬래버처럼

획기적 기획들 안산서 이뤄보고자 욕심내

-역점사업은 단연 안산국제거리극축제
공연예술계 거목 등장만으로도 이목 집중
참신한 신작 발굴 … 시민 주도의 축제 구상

-문화란 물처럼 일상으로 파고들어야
문예회관 일대 365일 음악 흐르도록 주문
산책명소 활용되길 바라는 마음에 추진
저급이니 고급이니 예술을 구분 짓기보다
지역 인프라로 접근성 높여 '시민 기 살릴 것'
▲ 코미디언에서 공연예술 행정가로 변신한 김미화 안산문화재단 대표는 "안산의 풍부한 문화자원을 적극 활용 하겠다"고 밝혔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우스꽝스러운 일자 눈썹, 큰 야구방망이를 들고 시청자들의 배꼽을 쏙 빼놓았던 순악질 여사. 대한민국 코미디 역사상 유례없던 공개코미디 '개그콘서트'로 공연 문화 역사에 획을 그었던 희극인이 이번엔 행정가이자 경영인으로 변신했다. 웃을 일 없는 요즘 같은 때, 말보다 행동으로 시민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전하고 싶다는 김미화 안산문화재단 대표이사의 야심찬 행보에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진다. 14일 문화와 예술로 시민들 곁에 한 발짝 더 다가가기 위해 열정을 꽃피우고 있는 그의 집무실을 찾았다.

 

#연예인·사회적기업가·공기관 대표

지난달 1일, 경기도 문화예술계가 들썩였다. 안산문화재단의 이례적인 파격 인사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특혜 의혹으로까지 번진 인사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도 적지 않았다. 오늘로 취임 40여일째를 맞이한 김미화 대표를 향해 쏟아진 화살이다. 그러나 그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다. 그에겐 늘상 해오던 또다른 도전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파격적인거 맞습니다. 공기관 대표로 대중문화예술계의 인물을 임용하는 것은 이례적이지요. 저는 도전을 즐깁니다. 절벽을 향해 겁 없이 흘러가는 물처럼 겁 없이 도전장을 내밀었죠. 합격 소식을 듣고 놀란 건 여론보다 저 자신이었습니다. 그 때 느꼈죠. 세상이 바뀌었구나 나에게도 기회가 주어지는구나 하면서요.”

용인이라면 모를까 안산 지역에 연고가 없던 김 대표가 안산과 연을 맺게 된 것은 세월호 추모식에서 사회를 맡게 되면서부터다. 당시 유가족이 건넨 책 한권이 김 대표에 가슴을 울렸고 세월호의 아픔이 남아 있는 안산 지역에 관심을 갖게 됐다.

안산은 김 대표에게 매력적인 곳으로 다가왔다. 천혜의 자연 환경과 때묻지 않은 사람들의 정이 아직은 남아 있는 곳, 106개국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다문화 거리가 있는 곳, 바다가 있고 대부도라는 보석같은 섬을 가진 도시, 삭막한 공단의 전경들까지도 김 대표 눈에 멋스럽게 느껴졌다.

“용인에서 12년 전 부터 농업인들을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을 운영해왔죠. 농작물을 소비자와 직거래 할 수 있도록 판로를 마련한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공연이나 전시를 열어 지역 내 문화예술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성공적으로 수행했습니다. 획기적인 기획들은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면서 큰 성과를 거두게 됐죠. 이 경험의 주무대를 보다 큰 곳으로 옮겨와 보자는 생각에 안산문화재단 대표이사직에도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연예인 김미화의 이름을 유지하는게 도움이 됐을 겁니다. 하지만 또다른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했지요.”

 

#시민의 문화 접근성을 높여라

희극인 김미화가 아닌 안산문화재단의 수장 김미화에게 거는 시민들의 기대는 크다. 특히 공개코미디라는 전무후무한 공연 문화를 구축했던 주인공에게 주어진 과제는 김 대표의 어깨를 한층 무겁게 한다. 안산문화재단의 역점 사업은 단연 '안산국제거리극축제'다.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한 '안산국제거리극축제'와 희극 공연예술계의 거목이 만난다는 사실만으로도 대중의 이목이 쏠린다.

“이런 맛 저런 맛이 담긴 축제로 만들고 싶습니다.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안산국제거리극축제에 다양한 색채를 녹여낼 것입니다. 이를테면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말 그대로 소문난 공연을 유치하는 것은 물론 기발하고 참신한 신진 예술가들과 공연 작품을 발굴해 보여 드리는 식입니다. 무엇보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가 시민이 주도하는 축제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구상해 가고 있어요.”

언제부턴가 안산문화재단이 위치한 안산문화예술회관 일대에 음악이 흘러나온다. 김 대표는 공연이나 전시가 없을 때엔 시민들의 산책 명소로 활용되는 이곳에 365일 음악이 흐르도록 주문했다. 그는 시민들 삶 속 구석 구석에 문화가 자리하길 바란다.

“적어도 안산시에서 만큼은 문화가 물 흐르듯 끊임없이 이어지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무엇이든 문화가 될 수 있어요. 저급이니 고급이니 하는 말로 문화를 구분짓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보고 안산시의 멋진 공연장과 전시장, 풍부한 문화 자원을 적극 활용해 시민들의 문화 접근성을 높여갈 계획입니다.”

 

#“음메~안산시민 기살어”

안산 지역은 풍부한 문화자원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전국에서도 뒤지지 않는 규모의 공연장과 전시장, 천혜의 자연환경까지 보유하고 있어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김 대표는 안산시만의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바다 위 도서관에서 읽는 책 한권, 대부광산 퇴적암층의 비경을 바라보며 감상하는 감미로운 연주회, 생각만으로 멋지지 않나요? 이 구상들이 결코 실현 불가능한 것들이 아녜요. 또 오로지 안산에서만 가능한 것들이죠. 안산시의 문화 자원들을 아끼지 않고 적극 활용해 나갈 생각입니다.”

김 대표가 임명장을 받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재단이 위치한 예술회관 일대를 전체 직원들과 둘러보는 일이었다. 다소 엉뚱한 제안에 직원들은 적잖케 당황했지만 그의 속뜻을 알고서는 직원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 넓은 공연장을 놀게 내버려둘 것이 아니라 활용해 봐야겠다 생각했어요. 인근 대학들과 협약을 맺어 청년들의 버스킹 장소로 사용한다던가 거울과 무대를 설치해 댄스 꿈나무들의 연습 공간 등으로 사용하면 좋지 않을까요?”

취임 한달여가 지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에 김 대표의 여러 고민의 흔적이 나타나고 있다. 코미디계에 대모에서 행정전문가로 변신한 그가 보여줄 행보가 기대를 갖게 한다. 안산시민들의 든든한 문화 지원군, 순악질 여사 김미화가 이번엔 시민들의 기를 한번 살려보겠단다.

“사람 냄새나는 안산문화재단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예술이 꽃피는 곳을 만들고 싶어요. 안산문화재단이 여지껏 피워 놓은 꽃들 속에 제가 피운 꽃을 보탠다면 아름드리 꽃나무로 성장할 수있지 않을까요?”

/안병선·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