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문을 열게 될 신흥동 옛 시장 관사.

1962년 12월6일 하오 6시경 김영창, 오갑순 씨는 인천 신흥동의 큰 집 앞에서 소동을 벌였다. 대문을 차고 초인종을 누르며 빵과 집과 입을 것을 달라는 소동을 부리다 잡혀 즉심에 넘겨졌다. 그 집은 시장 관사였다. 배고프고 헐벗었던 그들은 시장 관사인줄 모르고 지나가다 큰 집이 보이자 대문을 두드렸던 것이다.

당시 인천에서는 보기 드물게 컸던 이 일본식 주택은 1938년 일본인 타마키 세이이치(玉置精)가 신축했고 같은 해 조선농공주식회사에서 매입했다. 광복 후 적산이 되었고 1946년 3월부터 1966년 11월까지 인천시장 관사로 사용했다. 이후 1977년부터 이경부(작고) 씨가 매입한 후 부분적으로 개축해 지금까지 소유했다.

고(故) 이경부 씨는 배다리 중앙시장 입구에 있던 보석점 '형제사'를 운영했다. 형제사는 당시 극장에서 처음으로 만화로 만든 광고를 상영해 유명세를 탔다.

이 주택은 굳게 닫힌 철문, 높다란 담장으로 마치 철옹성과 같았다. 영화 촬영 섭외가 들어와도 주택 연구자들이 노크해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집이 궁금한 사람들은 까치발을 세우거나 근처 높은 데 올라가 먼발치에서 바라볼 뿐이었다. 얼마 전 재생건축가, 사진작가 등으로 구성된 동인천탐험단이 발간한 책 '신흥동, 일곱 주택'에서도 빠졌다.

흔히 '부윤 집'으로 불린 신흥동1가 19의 이 집 문이 얼마 전 열렸다. 동네 일대가 재개발로 일본식 주택들이 철거되자 인천시가 문화재위원의 현장 조사 의견 등을 들은 후 지난 7월 이 주택을 매입했다. 기록화 작업과 리모델링 공사를 한 후 내년 7월 인천역사자료관, 문화사랑방 등으로 개방된다. 신흥동 '여덟 번째 집'이 지역 역사와 문화에 배고픈 시민에게 문을 활짝 열어 보석 같은 인천의 역사•문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골목의 특별한 문화 '소동(騷動)'이 기대된다.

/인천시립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