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뉴욕타임스는 부음기사를 통해서 북극과학자 콘라드 슈테판(1952~2020) 박사가 30년 전에 자신이 설계하고 건립한 그린랜드의 극지연구기지 인근에서의 사고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 2면에 크게 보도된 부음기사에 의하면 슈테판 박사는 기지 부근에 새로운 측정 장비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최근에 내린 눈이 강한 바람에 휘날리면서 시계가 나빠져서 빙하의 갈라진 틈으로 추락해 숨졌다고 했다. ▶슈테판 박사는 1990년도에 그린랜드의 빙하지역에 연구기지를 설치하여 빙하가 녹는 속도와 강설량의 관계를 측정하면서 온도 변화도 점검해왔다.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의 지구과학자인 리처드 알레이 교수는 슈테판 박사가 지구 온난화로 극지대의 빙하가 녹아 내리는 사태를 현지에서 측정해 전문가들과 공동연구를 계속하고 전세계에 환기시키는데 효과적으로 앞장서 왔다고 했다. ▶알레이 교수에 따르면 유엔의 기후변화 협의체 주요직책을 맡은 슈테판 박사는 각국의 언론인들이나 정치인들과 시민단체 대표들을 기지에 초청해 녹아 내리는 그린랜드의 얼음층을 현장에서 보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각인 시키는데도 앞장서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수년전 기지를 찾았던 엘·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트윗을 통해 “슈테판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위험성과 심각성을 지구촌 곳곳에 알리고 대책마련에 나서게 하는 선두에 섰었다”고 썼다. ▶슈테판 박사의 제자이기도 한 영국 리드대학의 리얀·니리 3세 교수는 지구 온난화에 따라 지구 기온이 산업혁명 직전보다 2도가 올라가면 해수면이 66cm가 상승해 해안가에 사는 8000여 만 명이 피해를 보게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린랜드의 빙하층은 남극 다음으로 거대한 담수 얼음으로 녹는 속도가 남극보다도 빠르고 심각하다고 니리 교수는 우려하고 있다. ▶그린랜드에서 슈테판 박사와 함께 일하던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은 스위스에서 태어나 미국 대학과 공동 연구를 진행해 오던 그가 지구 온난화로 생겨나는 빙하 균열의 희생이 되었다며 추모하고 있다. 슈테판 박사의 수제자로 기지에서 함께 일하는 와리드 아다라티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수는 “슈테판은 그가 사랑하고 즐겨 일하던 그의 집에서 생을 마감했다”고 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신문 뉴욕타임스가 극지대에서 일하던 스위스 과학자의 죽음을 주요기사로 다루면서 애도하는 것을 읽고 있으면서 정론지의 품격이 어떤 것인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장소와 국적을 가리지 않고 인류를 위해 공헌한 사람을 역사에 기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