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맛 vs 하얀맛 … 당신은 어떤 맛에 끌리십니까?

 

오랜시간 사랑받은 맛처럼…모두가 추억하는 전시공간으로

▲ 목공예 작가이자 복합문화공간 '잇다스페이스'의 정희석 대표가 '송도명품삼계탕'을 찾았다.
▲ 목공예 작가이자 복합문화공간 '잇다스페이스'의 정희석
대표가 '송도명품삼계탕'을 찾았다.

 

“6년전 처음 만난 지금의 '잇다스페이스'는 운명처럼 제 눈에 띄었어요.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쓰레기 더미와 함께 있는 붉은 벽돌건물에 창틀과 쇠창살만 남은 벽면에 걸린 빛바랜 태극기와 한 쪽에 오롯이 자리잡고 있던 오동나무 새싹의 연초록색을 보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같은 느낌이 들었지요.”

목공예 작가이자 복합문화공간 '잇다스페이스'의 정희석 대표가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삼계탕 전문점 '송도명품삼계탕'을 찾았다. “10여년간 운영하던 '만들고'라는 DIY 목공예전문 쇼핑몰을 정리하고 새로운 작업실을 찾으려 배다리부터 신포시장 부근을 거쳐 차이나타운까지 무작정 걸어 다닌지 보름만에 이곳을 발견하고 공간의 가치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어요. '문화주주 짓다'라는 이름으로 공간 재생을 위한 펀딩을 했는데 투자해준 사람 80%가 문화예술인이었어요.”

건물 원형을 최대한 살리며 다시 태어난 '잇다스페이스'는 1920년대 지어진 소금창고였다. 이후 한증막, 서점으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20여년간 버려진 공간에서 지금은 작가들이 '전시하고 싶은 공간 1위'로 꼽는 곳이다. “오는 9월이면 개관 5주년을 맞게 되는데 그동안 쉬지 않고 전시를 진행했어요. 지난 2, 3월에는 코로나 때문에 다른 공간이 쉬고 있을 때도 '힘든 시기지만 누군가 해야되면 내가 해야겠다'며 마스크 쓰고 방역 철저히 하고 전시회를 열었던게 기억이 나네요. 또 지난해 10월에는 서울 인사동에 있는 갤러리 '미술세계'에서 5년간 '잇다'에서 전시했던 모든 작가를 초대한 '잇다 서울전'을 가졌는데 '잇다'와 함께 인천을 알렸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전시회였다고 생각해요.”

경남 거창이 고향인 정희석 대표는 대학에서 식품영양학과를 전공한 뒤 고향 초등학교에서 급식교사로 근무했다. “요리를 배우려 식품영양학과에 들어갔는데 영양학을 가르치더라고요. 교사생활 한 달만에 그만두고 어릴 때부터 빠져 있던 목공예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어요. 한국가구학교 김석범 선생과 가람가구학교 김성수 교수에게 기능적인 부분을 배우고 목공예 작가 금보성 선생에게 예술과 철학을 배웠지요.”

어릴 때부터 근대, 개항, 최초라는 다양한 문화콘텐츠가 있는 인천에서 살고 싶었던 정희석 대표는 15년전 부평 산곡동에서 인천과 인연을 맺은 뒤 지금은 숭의동에서 살고 있다. “처음부터 사람과 사람, 사람과 문화, 사람과 자연, 문화와 문화를 이어주는 이념으로 시작한 '잇다스페이스'가 지금까지 지켜왔던 근대공간에 대한 이해와 배려 등을 알아주는 작가와 시민, 관람객들이 주인이 되는 공간으로 남기를 바라요.”

정창이라는 작가명으로 불리길 원하는 그는 개인전을 쉽사리 열지 못한다. 규모가 큰 자신의 작품을 전시했던 '코스모40'처럼 넓은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주와 천안에서 개인전을 갖자는 제안을 받았어요. 앞으로 가구나 나무 등 공예품보다 설치, 오브제와 같은 순수미술로 작품 방향을 바꾸려 해요. 그런데 '잇다'의 정신이 전시를 가진 작가와 가족으로 이어준다는 뜻이 있는 것처럼 이곳 '송도명품삼계탕'도 '명품'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보여주는 맛이네요.”

 


 

- 그 집 이야기

소문난 육수와 육질의 비법은 명인 손맛

 

▲ '송도명품삼계탕'의 한방육수는 한약재 등 8가지 재료를 한자루에 넣고 큰 통에서 끌여낸다.
▲ '송도명품삼계탕'의 한방육수는 한약재 등 8가지 재료를 한자루에 넣고 큰 통에서 끌여낸다.

 

“음식점 이름에 들어있는 '명품'에 걸맞게 좋은 재료부터 정성을 다한 요리까지 이곳을 찾는 손님들께 '명품'으로 대접받았다는 느낌이 들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 BRC연구소 3동 313호에 있는 삼계탕과 닭요리 전문점 '송도명품삼계탕' 장동욱 대표는 음식, 요리와는 거리가 먼 공무원 출신이다. “1975년 군 제대 후에 중구청에서 토목직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한 뒤 인천시청과 산하기관에서도 근무하고 마지막에는 동구청에서 1987년 퇴직했지요. 공무원 시절 주로 일했던 도로나 건축 관련 사업을 한답시고 작은 회사를 차렸는데 잘 안돼서 10년만에 접고 삼천리도시가스 현장소장으로 일했지요. 그러는 동안 아내가 영종도 을왕리에서 조개구이집도 하고 계산동에서 회전문점도 하는 등 삼계탕집을 열기까지 사연이 많아요.”

장동욱 대표가 아내의 가게를 도우며 현광건설이라고 곳에서 일할 때는 심장 수술을 받았는데 당시 국내 심장병 산재1호로 한달간 입원을 하기도 했다. “심장병 산재1호로 지정받으니까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 환자를 상대로 진로 등을 상담해주는 '산재 멘토링' 일을 맡기더라고요. 하루에 7~8명을 상담하는데 단순한 경험만으로 부족함을 느껴 전문성을 가지려 상담사 2급을 거쳐 1급 자격증도 취득했어요.”

여름철 대표적인 복달임 음식이지만 날씨가 쌀쌀해지면 더 많은 사람이 즐겨찾는 '국민 보양식' 삼계탕과 장 대표가 인연을 맺은지는 14년째다. “2007년 3월 인천지하철 1호선 지식정보단지역 부근에서 '송도명품삼계탕'을 개업했는데 희한하게 삼계탕과는 처음부터 저랑 잘 맞았어요. 군포의 지인이 운영하는 삼계탕집에서 6개월간 배운 뒤 근로복지공단에서 창업지원금을 받아 시작했는데 배운대로 하기보다 스스로 새로운 조리법을 개발하고 시도해보고 한 결과 같아요.”

'송도명품삼계탕'은 각종 요리 경연대회에 참가해서 여러차례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아 장 대표는 '삼계탕 명인'으로 불린다. “연수구에만 4000여개 음식점이 있는데 연수구 요리대회에서 전복삼계탕으로 장려상을 받은 뒤 2014년 아시안게임때 인천시에서 개최한 인천스토리텔링 요리대회에서 연수구 대표로 나가 우수상을 받았고 연수구에서 열린 왕중왕전에서는 한방과 전복을 합친 삼계탕으로 대상을 받았어요.”

지난해 3월 이곳으로 이전한 '송도명품삼계탕'은 소문난 육수와 육질 덕분에 여전히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 “올해 복날은 긴 장마 탓에 복날같지 않았지만 그래도 초복, 중복, 말복에는 하루에 1000그릇 이상씩 팔려요. 박태환 선수처럼 운동선수와 연예인도 많이 찾는데 탤런트 배종옥씨는 촬영날에 스태프 100여명에게 삼계탕 한 그릇씩 쏘기도 해요.”

4인석 테이블이 30개 있어 120명이 동시에 식사할 수 있다. 모든 메뉴는 포장 배달도 가능하다. 연구소 지하에 주차공간도 넉넉하다. 032-831-0601

 


 

- 그 집 추천 메뉴

한약재부터 견과류까지 … 18가지 맛 더한 뚝배기보약

 

※ 명품삼계탕

'송도명품삼계탕'에서는 주재료인 닭은 다른 집보다 조금 큰 5.5호를 쓴다. 한약재인 황기, 상백피, 해동피, 둥글레, 우슬과 함께 잡내와 음식부작용을 제거하는 월계수, 생강, 감초를 한 자루에 넣고 큰 통에서 한방 육수를 팔팔 끓인다. 미리 끓인 한방 육수에 수삼, 대추, 찹쌀, 마늘, 은행을 넣은 닭 120마리를 한꺼번에 들통에 넣고 90분 정도 삶은 뒤 약한 불로 40분 정도 뜸 들인다. 손님상에는 뚝배기에 닭 한 마리를 다시 끓여 올린다. 땅콩, 잣, 찹쌀을 갈아 첨가하는게 이 집의 비법이다. 대표메뉴인 '명품삼계탕' 외에 들깨, 한방, 옻, 흑마늘, 전복 등 이름에 따른 재료가 추가된 삼계탕에 해바라기와 호박씨를 더해 비주얼도 높이고 견과류의 건강한 맛을 더했다. 촉촉하고 야들야들한 살코기는 잡내가 없고 푹 고아서 뼈 발라내기가 쉽다. 영양 가득한 보약 같은 국물은 담백하고 깔끔하다.

 

※ 낙지닭볶음탕

삼계탕의 담백한 국물 대신 얼큰한 맛을 원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1.8㎏짜리 토종닭에 또 다른 보양음식인 낙지 두 마리를 더해 어른 4~5인이 먹어도 부족하지 않다. 가족 모임이나 직장 회식에 단골 메뉴다

 

※ 한방옻백숙

삼계탕의 한방 육수에 백복령·백출·인삼·숙지황·백작약·감초·황기·육계·당귀·천궁의 열 가지 약물과 생강, 대추 등을 넣고 끓인 십전대보탕을 추가했다. 옻나무의 알레르기 체질을 가진 손님들을 위해 부작용 성분을 제거했다. 역시 1.8㎏짜리 토종닭과 전복 두 마리를 올리고 각종 야채를 얹는다.

 

※ 닭강정

삼계탕이 적당한 가격에 영양이 높아 어르신들이 즐겨 찾는 음식이라면 가족들끼리 왔을 때 꺼리는 어린이들을 위해 올 3월부터 새로 시작한 메뉴. 신포시장 닭강정 맛을 그대로 살려 포장과 배달도 많이 나간다.

/글·사진 여승철·장지혜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