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빙하와 만년설로 뒤덮인 북극의 추운 겨울을 연상하면서 개썰매 대회와 북극곰을 상상하면 북극에서도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1973년도부터 시작된 개썰매 대회는 겨울철에 눈이 많이 쌓이고 개울이 얼면 알래스카주 북부도시에서 남서쪽 해안마을로 연결되는 도로를 따라서 장장 1600㎞를 11마리의 개가 끄는 썰매와 머셔(개썰매꾼)들이 경쟁을 벌인다. ▶그러나 급격한 지구온난화로 강설량이 줄어들어 인공눈을 뿌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통상 보름동안 계속되는 개썰매 대회는 영하 30도에 달하는 강추위속에서 풍찬노숙을 하면서 썰매를 끄는 개들은 얼어버린 물과 사료를 먹으면서 달리다가 줄이 엉겨 넘어지면 상처를 입기도 한다. 수년전부터 지구온난화로 출발지를 페어뱅크스로 변경했지만 적설량 부족으로 반세기의 역사를 지닌 대회자체가 종막을 고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구온난화로 삶의 터전을 잃고 있는 대표적인 동물은 북극곰이다. 북극지역의 상징적인 야생동물이지만 순백색의 털에 새끼를 데리고 먹이 사냥을 하는 기록영상은 인기있는 동물 영화였다. 북극곰의 주식은 반달무늬 물범인데 이들은 일생의 90%를 북극의 차가운 물속에서 지내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은 북극곰의 위협에서 벗어나 활동할 수 있다. 그러나 물범은 포유류여서 호흡을 하기 위해서 수면위로 올라와야 하는데 이때를 끈질기게 기다리고 있는 북극곰을 피해야 한다. ▶광활한 북극권에서 반달무늬 물범의 개체수는 1㎢에 2.5마리에 불과해 거구의 흰색 포식자를 피해다니며 호흡을 할 수 있다.

북극의 빙판 2.5㎢범위 안에는 물범의 숨구멍이 평균 12개 정도가 있고 매번 다른 구멍을 이용함으로써 생명을 유지하며 콧수염에는 신경섬유가 많아서 북극곰의 존재를 감지하는 놀라운 능력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북극곰들은 물범이외에도 물개와 바다 표범 그리고 크기가 엄청난 바다코끼리도 먹이로 삼는데 육지의 곰들과는 달리 얼음이 많은 겨울철에 포식하고 여름철에는 최소한의 먹이로 견딘다. ▶북극권에는 19종의 각기 다른 종류의 북극곰 2만6000여 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동물학자들은 추산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지난 10여 년 동안 북극 얼음의 13%가 없어져 먹이사냥이 점차 어려워져 동족을 먹는 행위가 자주 발견되고 있기도 하다. 시베리아쪽의 북극곰들에 비해 먹이사냥이 어려워지는 알라스카 북동부와 캐나다 허드슨만의 서부지역은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는데 인간의 온실가스 배출이 북극곰을 죽이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