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노래할 수 없는 건가요?'
최근 의정부시 인터넷 누리집에 올라온 글이다. 한 학부모가 시립 소년소녀합창단(이하 합창단)에서 활동하는 자녀의 고민을 대신 적었다.

그러자 다른 학부모들도 어린 아이가 수개월 째 마음앓이를 한다는 글을 잇따라 올렸다.
이들의 사연은 이렇다. 합창단은 1998년 창단됐다. 노래를 사랑하는 초·중학생을 해마다 공개 모집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해마다 1억원이 넘는 시비가 투입됐다.

이들은 다양한 공연 활동을 하며 21년 간 지역사회 문화사절단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단원 성추행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지휘자는 해임됐고, 공연 기획·행정 업무를 보던 단무장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학생 단원과 학부모들이 큰 충격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시는 같은 해 11월 갑작스레 합창단 운영을 잠정 중단하겠다며 연습실과 사무실 문을 닫아버렸다.
그러자 학부모와 단원들이 합창단 존치를 요구하며 집단 반발했다. 상황이 이러자 시는 잠정 중단 방침을 일단 철회했다. 합창단 정상화도 약속했다.

하지만 시의 계획이 틀어지는 일이 또 생겼다.

새 지휘자와 단무장을 공모하려던 지난해 10월 성인 시립합창단에서 갑질·폭언 논란이 터진 것이다. 시가 두 달 넘게 진상 조사를 벌이면서 합창단 지휘자·단무장 공모를 하지 못했다. 그렇게 해를 넘겼다.

현재 합창단은 성악 코치 1명과 반주자 2명이 초·중학생 단원 80명을 이끄는 형태로 파행 운영 중이다. 정상화가 늦어지면서 지난해부터 정기 공연은 아예 못하고 있다. 올해 신입 단원 모집도 불투명한 상태다.
시는 합창단 운영권을 의정부 문화재단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그렇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합창단 근로자의 급여 인상, 처우 개선, 복무규정 신설 등 후속 절차가 필요해서다. 의정부 문화재단과의 논의 과정에 수개월이 걸릴 가능성도 크다.

이로 인해 합창단 정상화를 기다리는 단원과 학부모들의 마음만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이들의 바람은 하나다. 아이들이 예전처럼 노래를 부르며 꿈을 키우게 해달라는 것이다.

어른의 잘못으로 아이들이 더 이상 마음고생을 하면 안 된다. 의정부시는 하루 빨리 합창단 정상화를 서둘러야 한다.

황신섭 경기북부취재본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