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1971년 12월25일 서울 충무로 22층 대연각호텔 화재는 아직도 세계 최대의 호텔 화재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추락사 38명을 포함하여 163명이 사망한 초대형 화재는 1층 커피숍에 있는 LP가스 폭발 때문이었다. 대연각호텔 화재를 소재로 김지하가 쓴 <비어>는 권위주의 시대를 풍자하는 대표적인 담시로 자리매김했다.

▶그로부터 46년이 지난 2017년 6월14일 영국 런던의 그렌펠타워(24층)에서 발생한 불은 2층에서 시작해 삽시간에 아파트 전체로 확산되었다. 소방차 40대와 소방관 250명이 출동하여 진화에 나섰으나 불길을 잡는데는 6시간 이상이 걸렸고 80명이 사망했다. 화재발생 당시 경보기가 울리지 않았고 스프링클러도 작동하지 않았음은 물론 건물이 노후해 화재 위험이 크고 응급차량 접근도 어렵다는 것을 관리기관에 제기했으나 묵살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거용 고층 아파트에서의 화재로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화재원인을 철저하게 밝혀내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조사위원회에서는 지난달 2년 만에 1차 보고서를 발표했다. 항소법원판사 출신의 마틴 무어빅을 위원장으로 대형화재와 건축 및 수사 분야의 전문가 29명으로 구성된 조사위는 아파트 주민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요구도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거부하고 유족들과의 만남도 최소화하면서 감정개입을 차단했다.

▶조사위는 4층 가정 냉장고의 전기 결함을 발화 원인으로 밝혀내고 건물 외벽을 재단장할 때 설치한, 타기 쉬운 알루미늄 피복재로 30분 만에 옥상까지 불길이 번진 것으로 결론 내렸다. 1차 보고서는 빌딩규제의 허점과 소방관 훈련 및 고층빌딩 대피훈련 등 46가지의 권고사항도 포함되어 있다. 조사위는 다시 2년에 걸친 2차 조사를 통해 설계와 건축자재 등에도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도합 4년간의 철저한 조사와 대책 마련으로 또 다른 참사를 막겠다는 것이다.

▶1999년 10월30일 중·고교생 57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천 인현동 화재참사 20주년을 맞아 인천일보에서는 3회에 걸친 심층연재 기획과 함께 사설로도 다루면서 꽃다운 젊음의 죽음을 다시금 애도했다.
참사를 계기로 건립된 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는 추모식과 함께 '슬픔을 넘어 치유의 공간으로'라는 주제의 전시도 있었다. 추모와 치유도 필요하겠지만 다시는 인현동 참사가 재발하지 않게 어떤 대책을 세우고 어떻게 실천하고 있었는지를 지속적으로 끝까지 살피는 것이 젊은 영령들을 진정으로 추모하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