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시의 농민수당 도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여주시의회가 조례를 부결하며 요구했던 '도비 확보'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시는 이달 말 열리는 시의회에 조례안을 다시 상정한다는 방침인데, 이번에도 실패하면 자칫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6일 도의회 제340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일단 시군에서 준비해서 시작해야만 지원을 하는데, 우리가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하면 각 시군이 하겠다고 하면 아마 영영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여주에서 작전을 잘못 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농민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정무적 고려가 있다. 도정과 성남시장을 하면서 관계를 생각해 봤더니, 시군에서 하고 있고 해야할 일을 도가 먼저 서두르면 도가 비용의 70%, 50%를 분담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과거 방식은 잘못하면 갈등요소까지 발생하기 때문에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여주시의회가 요구하고 있는 '농민수당 도비 지원'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한 것이다.

앞서 지난달 17일 김영자 여주시의회 부의장은 시가 제출한 '농민수당 지원 조례안'의 부결 이유를 설명하며 '도비 지원' 확정을 요구했다.

김 부의장은 "지금까지 도비가 내려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농민수당 조례 건을 심사했다. 농업인들의 공익적 가치는 인정하지만, 여주시민의 세금인 시비로 100% (농민수당을) 준다면 허리띠 졸라매 세금을 내고 있는 일반시민들은 앞으로 이해관계가 격하게 부딪힐 수 있다"며 "농민수당은 반드시 경기도 예산 지원을 받아 꼭 해결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시는 농민수당 지원 조례안 부결에도 불구하고 안건을 이달 25일부터 열리는 시의회 정례회에 내용 수정 없이 그대로 재상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 지사가 여주시 농민수당에 대해 "도비 지원을 약속할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농민수당은 오리무중에 빠졌다.

이러다간 자칫 추진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여주시 관계자는 "지난번 회기에서 조례가 부결됨에 따라 예산을 편성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내년도 상반기 농민수당 도입은 사실상 어렵다"며 "문제는 이달 시의회의 조례통과여부다. 이번에도 부결된다면 자칫 제도를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비확보가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최근 지역 농민단체가 서명서를 모아 제출하는 등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며 "(시의회에서)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여주시 농민수당은 지역 내 농업경영체로 등록한 농업인들에게 연간 60만원 이내의 수당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내용이 골자다. 1000㎡ 이상 경작 면적을 가진 여주지역 농업인은 모두 1만1000여명으로, 여주시 농민수당 예산은 66억원으로 추산된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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