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 정치2부 차장

지난 4월 우여곡절 끝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의원 정수 확대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달 안으로 부의를 앞두고 있는 이 법안은 사상 처음으로 정당득표율과 총의석수 배분을 연동하는 개념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국회의원 정수는 현행 300명으로 하고 지역구 253석을 225석으로 줄이는 대신 비례대표 47석을 75석으로 늘렸다. 이 선거법 개정안은 현행 선거법보다 국회의 의석 분포가 정당득표율로 표현되는 민심을 더 반영할 수 있게 설계됐다. 이런 상황에서 패스트트랙을 성사시킨 여야 4당의 공조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본회의 가결을 위해서는 재적 297석의 과반인 149표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에 4당의 '찰떡 공조'가 절실하다. 그런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4당이 합의했던 선거법 개정안 선 처리 후 사법개혁안 처리를 뒤집고, 사법개혁안 선 처리를 주장하고 나서 다른 당의 반발을 샀다.

4당 공조의 한 축인 민주평화당에서 갈라져 나온 (가칭)대안신당은 기존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입장을 바꿨고, 정의당도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300석에서 10% 늘리자는 제안을 내놓으며 기류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두 당이 이러고 나서는 데에는 자당 소속의 특정 지역구가 사라질지 모르고, 비례대표 의석 수가 원했던 것보다 적어서 연동형 취지를 온전히 살리는 비례대표 의석 배분이 제한적이라는 셈법과 판단이 깔렸다.

이에 대해 민주당이 의원정수 확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자유한국당은 오히려 의원정수 축소를 주장하고 있다. 국민 여론도 의원정수 확대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의원정수 확대를 반대하는 답변이 훨씬 많다. 이는 지난 4년 동안 민의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 국회가 스스로 자초한 결과다.

하지만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하는 이유가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면 의원정수를 늘리는 것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대의정치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의원정수 300명이 정착된 30여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다양해진 국민들의 이해관계를 정치권에 반영하려면 의원 정수의 확대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여야 정치권은 정치개혁의 첫걸음인 선거제 개혁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라도 의원정수 확대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