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영 굿네이버스 인천본부장

 

인천에서 또 다시 학대로 인한 아동 사망사건이 지난달 발생했다. 이제 다섯 살 밖에 되지 않은 남아가 의붓아버지의 폭행으로 사망한 사건이다. 정말 가슴이 시리도록 아프다. 방임과 폭행으로 죽음에 몰리는 아이들의 소식을 언제까지 들어야 하는지 우리 사회구성원 모두 진지하게 반성해야 할 때다. 예방기회가 다섯 번이나 있었다고 하는데 좀 더 예민한 관리와 대처가 있었어야 하지 않았나 반성한다.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아동보호전문기관장들을 불러 사태의 결과에 대해 호통을 쳤다는데 아이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오히려 누가 누굴 나무라고 있는지 당황스럽다. 아동학대의 심각성과 제도적 허점, 현장 상담원들의 고충과 증원 문제, 사례관리체계 구축에 대해서 정부와 자치단체에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해왔음에도 신속한 제도 개선이나 예산 증액은 뒷전인 상황에서 현장의 활동가와 아동보호상담원들은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아동학대·폭력은 범죄행위로 폭력행위자는 반드시 처벌 받아야 한다. 사법부는 학대행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더 강화해야 한다. 피해아동보호명령을 통해 실제로 아동이 보호되도록 판결해야 하며, 판결이 이행되는지 꾸준히 점검해야 한다.

그러나 아동학대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강력한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아이들이 보호받고 권리를 존중받으며 살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고, 아동보호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아이들을 키우는데 필요한 여러 양육 정보와 경험을 나누고 양육상담, 교육 등으로 부모와 아이들을 만나면서 격려하고 관찰해야 한다. 아이 양육을 한 가정에 맡기지 말고 온 사회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아이 셋을 키우면서 첫째와 둘째는 별 탈 없이 유아기를 보냈는데, 셋째는 고집이 너무 세서 4살정도 되었을 때 가정 내 힘든 시기가 있었다. 간혹 뭔가 마음에 안들 때면 비명이 섞인 고함을 지르며 울어대는데, 형제들의 여러 손주들을 다 돌봐주신 어머니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어느날 아이의 울음에 폭발 직전까지 간 아내와 나는 셋째의 엉덩이를 몇 차례 때리고 나서 화장실에서 울고 있는 서로의 모습을 보았다. 아이를 둘이나 키웠어도 여전히 양육은 힘든 일이다. 다시는 아이몸에 작은 생채기라도 내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 후, 아이가 울 때면 "왜울어~"라고 묻지 않고 무릎을 꿇어 눈높이를 맞춘 후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처음엔 우는 셋째아이한테 주먹으로 맞고 이로 물리기도 했지만 아이의 저항은 점차 30분에서 20분으로, 10분으로 줄더니 안아주면 바로 울음을 그치고 비명 섞인 울음은 6살되던 즈음 사라졌다.

육아를 직접 경험하고 책으로 배우거나 경험담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각 아이들의 성격에 따라 매번 양육 방법과 사랑의 표현 방식이 달라져야함을 새롭게 느꼈다. 1~2명의 아이들을 키우기도 힘든 지금, 선배 부모들의 양육 경험과 노하우가 더욱더 활발하게 제공되고 공유되는 사회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민법 제915조(징계권)에서는 친권자가 자녀를 징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체벌로 자녀를 훈육할 수 있다는 근거로 사용될 수 있는데 법에서조차 아동학대를 용인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이는 보호가 필요한 온전한 인격체로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며 내 아이를 때릴 권리가 부모에게 있지 않다. 체벌에 허용적인 사회는 결코 아동학대가 근절되지 않는다. 부모로부터 체벌 받은 경험이 있는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과 비교해 불안감, 우울감, 자살 충동을 느끼는 강도가 각각 18.3%, 52.4%, 12.0% 높았다는 굿네이버스의 연구조사 결과도 있다.

전세계 56개국이 아동체벌을 금지했고 이제 57번째 나라가 우리나라가 되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징계권 조항 개정을 더이상 미루지 말고 신속하게 이행해야 한다. 굿네이버스를 비롯한 여러 아동관련 단체들이 민법 제 915조(징계권)의 조항을 삭제하기 위해 시민들의 지지서명을 모으는 'Change 915 : 맞아도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change915.org) 대국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아빠가 일하는 동네에서 아이가 죽었더라구. 아빠가 좀 살려주지 그랬어 …" 셋째가 뉴스를 보던 아빠를 보면서 한 말이다. 사망한 아이와 내 자녀들에게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참담하다. 정부와 사회구성원 모두 나서서 법적, 제도적 허점들을 보완하고 사회안전망을 꼼꼼하게 마련해나가는 동시에 아동권리 증진과 아동학대예방에 큰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