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 척 못하죠, 아는 맛이니까

 

▲ 동양화가 이관수 화백이 오겹살과 김치찌개로 잘 알려진 '은주네생고기김치찌개'를 찾았다.


"저희 '은주네생고기김치찌개'는 음식점 이름에 모든 것이 담겨 있어요. '은주'는 주방에서 음식 맛을 책임지는 제 아내의 이름이지요. 또 김치찌개용 앞다리살과 돼지갈비살, 오겹살, 한우등심 등은 모두 생고기만 쓰고 있어요. 김치찌개는 저희 집만의 특유의 육수 맛으로 하루에 100인분 이상 팔리는 대표 메뉴로 자리잡았어요."

인천 송도국제도시 주상복합 건물 글로벌 캠퍼스 푸르지오에 있는 김치찌개와 생오겹살, 한우생등심 전문점 '은주네생고기김치찌개'는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송도 주민들과 인근 직장인들이 줄을 서서 기다려야 먹는 음식점이다.

'은주네생고기김치찌개' 김정호 대표가 부인 지은주씨와 함께 이 곳에서 문을 열고 자리잡은지 만 4년을 맞았다.

"집사람이 출장뷔페를 했던 친정엄마의 음식 솜씨를 닮아서 요리를 좋아하고 잘해요. 사실 음식점은 2006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했어요. 처형이 맨해튼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 베델이라는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열리는 도시에서 골프장을 운영하는데 클럽하우스를 한국민속마을로 바꾸면서 집사람이 한식당을 4년 동안 맡았어요. 저는 한국에서 주니어 골프선수들을 가르치는 레슨프로였는데 같이 가서 골프장 일을 했고요. 미국에서 돌아와 아내가 생선요리 전문점을 옥련동과 연수동에서 했는데 제가 김치찌개와 오겹살을 너무 좋아하다보니 기왕이면 우리도 먹고 손님들에게도 좋은 음식을 드리자는 마음으로 아예 업종을 바꿨어요."

이 집의 고기 재료는 강원도 원주의 농장에서 직접 키운 돼지와 한우를 사용하다보니 다른 집보다 재료가격이 30%정도 비싸게 들여온다.

"모든 음식 맛은 재료가 반 이상을 차지해요. 저희가 먹어보니 맛이 달라서 도저히 다른 고기를 쓸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재료값 아끼지 말고 질좋은 고기를 나눠 먹자는 심정으로 최상급만 쓰고 있어요. 또 요즘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오겹살이 1㎏에 5000원 정도 올랐는데 음식값은 올리지 않고 있어요. 저희가 덜 벌면 되는 거니까요. 저희 집 손님들은 고기만큼은 믿고 오시는 분들이에요."

김치찌개와 생오겹살, 생등심이 소문이 나자 지금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명 연예인도 많이 찾고 성남 분당 등 다른 도시에서도 일부러 오는 손님도 많지만 처음 4~5개월 동안은 육수 맛을 내기 위해 시행착오도 수십 차례 겪었다.

"처음에는 육수에 멸치만 썼는데 뭔가 부족한 맛이 느껴져서 청양고추씨를 넣어보니 조금 나아지고 콩나물 삶은 물을 넣으니 더 좋아져서 지금의 맛이 잡혔어요. 탤런트 이미숙씨는 송도에 촬영이 있을 때마다 들러서 김치찌개를 맛있게 들고 가시곤 했어요."

4인석 테이블이 9개 있으며 상가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면 넉넉하게 주차할 수 있다. 032-811-5077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탤런트 이미숙도 못끊는 '그 집'의 추천메뉴]


 

▲ 생고기김치찌개
▲ 생고기김치찌개

●생고기김치찌개
김치찌개는 김치, 돼지고기, 육수 등 세가지 재료가 어울려서 맛을 낸다. 돼지고기는 앞다리살과 갈비살을 쓴다. 앞다리살은 쫄깃쫄깃한 식감을 살리고 기름기 있는 갈비살은 고소한 맛을 낸다. 김치는 은주씨가 직접 담그는 레시피 그대로 맞춤형으로 김치공장에 주문해서 제공받는다. 김치 숙성은 옛날 방식을 살리기 위해 김치냉장고를 피하고 실온에서 숙성한다. 육수는 멸치, 다시마, 파뿌리에 매콤하고 칼칼한 맛을 내기 위해 청양고추씨와 베트남고추를 추가하고 표고버섯과 마늘 가루로 간을 살린다. 이집 육수의 비법은 콩나물 삶은 물과 직접 담근 깍두기 국물을 넣어 텁텁한 맛은 잡아주고 깔끔하고 시원한 맛은 더해준다. 육수는 매일 80인분씩 두 통을 미리 끓여 놓는다.
 

▲ 생돼지고추장찌개
▲ 생돼지고추장찌개

●생돼지고추장찌개
보통 '짜글이'라 부르는 생돼지고추장찌개에는 김치가 들어가지 않는다. 호박, 감자, 양파 등 기본 야채에 두부는 깍둑썰기로 썰고 고기는 오겹살을 넣어 고추장으로 끓인다. 등산이나 캠핑 가서 해먹던 고추장찌개 맛을 그대로 살렸다. 김치찌개와 고추장찌개는 오겹살이나 등심을 먹은 뒤에 손님들이 개운한 맛을 원할 때는 돼지고기 대신 꽁치나 참치를 넣기도 한다.

 

▲ 생오겹살
▲ 생오겹살

●생오겹살
오겹살은 삼겹살보다 돼지비계가 한층 더 있어 고소한 맛이 좋은 반면 관리가 어렵다. 시간이 오래 지나면 껍데기에서 냄새가 나서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집에서는 오겹살에 불판의 열기와 향이 스며들어 감칠맛을 내기 위해 칼집을 미리 낸다. 돼지 오겹살의 제일 바깥 껍질, 보통 돼지껍데기라는 부분을 제거한 게 삼겹살이다. 돼지껍데기만 구워 고소한 콩가루를 찍어 먹기도 한다.
 

▲ 한우생등심
▲ 한우생등심

●한우생등심
이 집의 한우생등심은 보통 A+를 쓰는 다른 집과 달리 마블링이 최상품인 A++를 쓴다. 오겹살과 한우생등심을 같이하기가 뭔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같지만 한우전문점이라는 곳에서 비싸게 먹은 소고기가 맘에 들지 않아 맛있고 질 좋은 한우를 먹기 위해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는 손님에게만 예약받고 제공했지만 찾는 사람이 많아져 아예 정식 메뉴로 올렸다. 생고기는 숙성이 중요한데 등심은 김치냉장고에 2주가량 넣어두면 고기가 부드러워진다. 두툼한 주물 프라이팬에 기름을 먼저 두른 뒤 새송이버섯, 양파, 통마늘을 함께 굽는다.


 

[동양화가 이관수 화백이 찾은 '은주네 생고기 김치찌개']

"이 소울푸드처럼 한국인 영혼 담긴 동양화로 국제 교류"

"최근 <인천 근·현대미술 100년사>를 발간하기 위한 편찬위원회와 운영위원회, 자문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이번 작업은 인천 미술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정리하면서 앞으로 인천 미술 발전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첫 발을 디딘 셈이지요. 3~4년 뒤에 출간할 예정인데 정확하고 빠짐없는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준비중입니다."

한국은 물론 중국에서 널리 알려진 동양화가 이관수 화백이 오겹살과 한우등심, 김치찌개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인천 연수구 송도동 '은주네생고기김치찌개'를 찾아 인천 미술계의 현실과 과제, 그리고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의 근대미술을 이끌었던 서양화가 춘곡 고희동, 동양화가 이당 김은호, 서예의 검여 유희강, 미술사학자 우현 고유섭, 미술 평론가 이경성 등 한국 최초 또는 대가라고 알려져 있는 인물이 모두 인천 출신이에요. 그만큼 인천은 한국 근대미술의 발상지로 꼽히지만 인천미술은 제대로 평가나 조명을 받지 못했어요. '해묵은 숙제'같은 작업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고 말만 있었지만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어요."

이 화백은 '누군가'가 나서주기를 마냥 기다리다가는 아예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일을 벌이기로 하고 지역의 각계 원로를 찾아 취지를 설명하고 설득하기 시작했는데 지난 8월 말 첫 결실을 맺어 3개 위원회가 출범했다.

"당연히 제 역량만으로는 해낼 수가 없는 일이죠. 다행히 홍용선 전 세종대 교수께서 편찬위원장을 맡아주셨고 최용규 인천대 이사장께서는 운영위원장, 전순용 인천언론인클럽 부회장께서 자문위원장을 수락해주셨어요. 또 50여명의 인천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하셨는데 어려운 결정을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에 앞서 이 화백은 지난 3월에 인천지역 미술인의 창작 작업 지원을 통해 회원들의 권익과 복지증진을 위한 인천창조미술협회를 창립하면서 회장을 맡아 이끌고 있다.

"미술인들은 '공익적 문화예술 근로자'라며 '노는 게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현실을 들여다 보면 작품 하나 팔기 어렵고 복지 혜택이 전혀 없어요. 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작품활동을 열심히 해도 어려운 실정인데 남 걱정까지 하냐'며 핀잔도 듣지만 어렵게 생활하는 선·후배나 동료들을 보면 그냥 있으면 안되겠더라고요. 그래서 협회를 통해 기업에서 매달 1명의 작가에게 1점의 작품을 구매하도록 마케팅하고 있는데 3월 창립전 때는 10여개 업체와 후원을 맺고 6개 업체의 광고를 수주했어요."

인천 출신으로 제물포고를 나온 이 화백은 동양화가로 중국에서 더 유명하다. 지난 5월에는 베이징에서 중국 최고의 화가들 전시회에 외국인으로 유일하게 초대받았고,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 우표 작가에도 선정됐다. 2016년 중국공산당이 창당 95주년을 맞아 우편엽서와 전화카드, 기념우표 세트를 발간하는 중국 내·외 작가 95명에 한국인으로 처음으로 참여했다.

"지난 2015년 한·중교류전시에 참가한 게 계기가 됐어요. 우연한 기회였는데 중국 미술계에서 제 작품을 보고 그야말로 난리가 난 거예요. 동양화의 재료에 서양화의 기법을 접목시킨 작품이라며 전통기법에서 풀어야 할 많은 과제들을 제가 해결했다는 평을 들었지요."

인천 선학동의 작업실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이 화백은 앞으로 북경에도 작업실을 두고 중국 화가들과 교류를 넓힐 계획이다. 또 미국 LA의 'WORK SPIRIT'사와 내년 2월에 에이전트 계약을 하게 되면서 LA Art Show에도 참가할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이 화백은 산수화와 인물화 모두 쉽게 보지 못한 독특한 화풍으로 선이 굵지도 않고 강렬하지도 않은데 압도하는 힘이 있고, 특히 인물화의 경우 여성 모델의 시선이나 손처리 등이 뭔가 이야기를 하는 듯한 묘한 매력이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치찌개는 한국인의 '소울 푸드'라고 하는 것처럼 저도 한국인의 영혼이 담긴 작품으로 중국과 미국을 상대하고 있어요."

/글·사진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