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송도 세계문자박물관
[썰물밀물] 송도 세계문자박물관
  • 정기환
  • 승인 2019.1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기환 논설위원

 

 

역사상 세계 최대의 제국을 건설했지만 몽골은 문자가 없었다. 대를 이어 내려오는 구전설화가 오랫동안 문자를 대신했다. 13세기 초 몽골이 중앙아시아의 나이만을 정복할 때 위구르어 필경사인 타타르 통가가 포로로 잡혔다. 징기스칸은 그에게 몽골어를 표기하는 문자를 만들라고 명한다. 통가는 투르크계 위구르족의 문자를 고쳐서 몽골문자를 만들었다. 세로쓰기이면서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써 나가는 드문 문자다. 그 문자도 이제는 중국령 내몽골에서만 쓰일 뿐, 몽골공화국에서는 러시아 키릴어가 쓰인다.

▶문자는 선사시대와 역사시대를 가르는 기준이다. 선사시대에 인류가 어떻게 살았는지는 유물·유적이나 전해오는 이야기 등으로 짐작만 할 수 있다. 인류가 최초의 문자를 시도했던 흔적은 매듭, 계산 막대, 조개껍질 등이다. 쐐기문자, 설형문자의 시대다. 대략 기원전 3300년쯤으로 잡는다. 중국 사서 양서(梁書)에도 신라에 관해 "문자는 없으며 나무를 새겨 약속을 삼았다"는 서술이 있다고 한다. 그 다음이 그림문자, 상형문자의 시대다. 경남 울주의 반구대 암각화는 신석기 시대 이후의 것으로 추정된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들은 상형문자의 보고다. 고대 이집트 19대 왕조 때의 것으로 추정되는 아비도스 신전에는 헬리콥터, 전투기, 잠수함 모습의 그림문자도 있다. 호사가들은 '고대 이집트가 외계 인류와 교류한 흔적'이라고 주장한다.


▶외환위기로 어수선하던 20여년 전, '총·균·쇠' 한국어판이 나와 일시에 독서계를 풍미했다. 역사·생물·생태·언어학을 넘나드는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퓰리처상 수상작이다. '무기와 병균, 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를 풀어가는 새로운 관점이 책을 놓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이 세계적 석학이 '총·균·쇠' 한국어판 서문에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알파벳'이라며 한글의 우수성을 극찬했다. 한국 독자들에 영합하려 한 말이 아니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사하라 사막, 뉴기니섬까지 발품을 팔면서 비로소 한글을 알게 된 것이다. 이미 1994년 과학잡지 디스커버리에, 한글을 발견하고서 깜짝 놀란 사실을 장문으로 발표한 바 있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센트럴파크에 들어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엊그제 본공사에 들어갔다. 수메르의 쐐기문자나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 마야와 체로키 문자, 에디오피아 그으즈 문자와 만주 문자 등 인류 정신문화의 결정체들이 송도에 집적된다. 인천이 빚어낸 한글 점자 훈맹정음과 8만대장경도 포함될 것이다. 2021년 문을 여는 송도 세계문자박물관이 기다려진다.


▲ 인천일보, INCHEONILBO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