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 설치된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이 정작 피해 당사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미미하다고 한다.

법무부나 여성가족부, 검찰청 등 중앙부처 간 나눠먹기식으로 집행돼 관련 기구의 운영 비용 등에 더 쓰이기 때문이다.

이 기금은 범죄피해자보호기금법 제3조에 따라 범죄피해자를 보호 및 지원하기 위한 자금으로 조성되며, 형사소송법에 따른 전체 벌금의 6%가 이 기금으로 적립된다.

그러나 기금 집행이 이렇다 보니 정작 범죄피해자와 가장 가까이 있는 일선 경찰에는 기금의 1%대만 배정돼 효율적인 보호·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인천경찰청에서는 '국민 인권 보호 강화를 위한 바람직한 경찰 개혁 방안'을 주제로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여기서도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이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사용되거나 절차상 문제로 매우 비효율적인 측면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7년의 경우 이 기금은 모두 842억9500만원이었다.

이 중 법무부 42.7%, 여성가족부 34.4%, 보건복지부 21.7% 등으로 배정됐다.

그러나 경찰청에 배정된 예산은 10억7100만원(1.2%)에 불과했다.

범죄피해자 보호·지원 조치는 피해 발생 초기에 제공되어야 함에도 정작 치안 최일선에는 재원이 내려오지 않는 것이다.

중앙부처에 배정된 예산은 대부분은 직접적인 피해 지원보다는 지원·상담기관 운영비로 쓰이는 실정이다.

올해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의 집행 현황도 마찬가지다.

전체 950억원 중 70%가 법무부의 스마일센터, 검찰청의 범죄피해자센터, 여성가족부의 성폭력피해자 통합지원센터 등 각종 기관 운영비에 쓰였다.

또 절반이 넘는 590억원이 성폭행 및 아동학대 피해자들에게 쓰였다고 한다.

그 나머지 범죄에 대한 피해자들은 직접적인 지원 대상에서 사실상 배제돼 있는 게 현실이다.

기금이 실질적인 피해자 보호·지원보다는 지원법인·기관에 대한 보조금이나 운영비, 기금의 조성·관리·운용을 위한 경비지출 등에 치우쳐 있다는 게 관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범죄 피해 당사자를 고려하지 않는, 행정편의주의 또는 행정기관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