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연료펌프 설립자 [유동옥] 대표

 

▲ 국내 연료펌프 선두주자이자 개척자 ㈜대화연료펌프는 대한민국 자동차 부품역사의 산증인이다. 현대자동차 공채 1기 출신으로 자동차 국산화에 앞장선 뒤 회사를 기계식 연료펌프 세계 1위로 만든 설립자 유동옥(80·왼쪽) 대표는 차세대 먹거리로 전동모빌리티에 대한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양산을 앞둔 전동퀵보드와 삼륜 전기차에는 유 대표의 혼이 담겨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 10월 16~18일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한국자동차산업전시회에서 유동옥 대화연료펌프 대표가 박남춘 인천시장에게 자동차부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화연료펌프
▲ 10월 16~18일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한국자동차산업전시회에서 유동옥 대화연료펌프 대표가 박남춘 인천시장에게 자동차부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화연료펌프

 

 

공군장교 생활 바탕 현대자동차 입사
퇴사 뒤 창업 … 연료펌프 최초 국산화
70개국 수출·세계 일류상품 지정도

개성공단 입주 … 투자자 회장 역임
폐쇄 뒤 유동성 발목 … 기업회생 돌입
세계 1위 매출 기지개·조기졸업 기대

양복 상의엔 늘 '개성공단 배지' 착용
한반도 평화·한민족 번영 기여 고대



개성공단 폐쇄 이후 3년만에 유동성에 발목을 잡혀 올 2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던 기계식 연료펌프 세계 1위 기업 ㈜대화연료펌프가 다시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법원에 운명을 맡긴 지 채 1년도 안돼 조기졸업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대화연료펌프는 국내 연료펌프 선두주자이자 개척자다. 설립자 유동옥(80) 대표는 1961년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석사를 밟다 1962년 공군장교로 입대했다. 수원10전투비행단에서 항공기 부품 및 장비관리소장을 맡았던 인연으로 1968년 현대자동차 공채 1기로 입사했다. 외국기술로 외국의 부품을 들여와 조립해 자동차를 생산하던 시절이었다.

자동차 보다 정밀하고 10배는 더 많은, 항공기, 그것도 전투기 부품을 담당했던 유 대표는 당연하게도 울산공장 자재 및 생산관리를 담당하게 됐고 전투기 부품을 다뤘던 경력을 자동차 부품에 적용하면서 입사 6년만에 부품담당 이사로 자동차 부품을 총괄하는 자리에 올랐다.

그는 "현대자동차에 있었다면 더 많은 성과를 냈을 수도 있겠지만 자동차 부품 국산화라는 시대적 사명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당시를 술회했다. 1974년 현대자동차를 퇴사한 뒤 우여곡절 끝에 1982년 대화연료펌프의 전신인 대화정밀을 창업, 자동차 부품의 핵심인 연료펌프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수입에 의존하던 기계식 연료펌프를 최초로 국산화한 것이다. 현대차 1차 협력사로 안정적 기반을 구축한 뒤 2000년대 들어 자체브랜드 DAEWHA(대화)로 대기업 의존형이 아닌 독자적 기업성장모델 독자의 길을 걷기 시작해 세계 자동차 연료펌프 시장점유율 30%를 자랑하는 전문회사로 성장했다. 매출 상당분을 R&D에 투자에 연료펌프와 오일필터(여과기) 등을 70개국에 수출해 매출의 80%를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이같은 노력으로 2015년 정부로부터 세계 일류상품으로 지정됐다.

세계와 치열한 경쟁을 하던 대화연료펌프는 2005년 개성공단과 인연을 맺게 된다.

당시 개성공단 시범단지에 처음으로 입주한 15개 기업중 하나였던 ㈜대화연료펌프는 초기에 2개의 독립공장에 3개 계열사가 입주해 기계식 연료펌프의 90%, 오일필터의 90% 및 폴리우레탄 부시 95%를 개성공단에서 생산했다. 기술 집약적인 정밀부품은 남쪽에서 생산하고, 노동 집약적인 부품은 개성공단에서 만든 것이다.

개성공단 생산으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은 더 높아졌다. 기술력 보다 제품가로 승부하던 중국제품을 밀어내고 세계 1위를 질주했다.

3년전 2016년 2월 박근혜 전 정권 당시 단 하루의 여유도 없이 급작스럽게 개성공단이 폐쇄되자 당사의 핵심가치인 고객을 지키기 위해 당진에 휠타 대체공장을 가동했으며 송도 연구소에는 연료펌프 제품 공장을 가동했다.

이들의 중복투자로 급작스런 위기를 맞았다. 최근 2년간 최저임금이 상승해 인건비 비중이 높아지면서 생산할수록 적자가 늘어났다. 개성공단 재가동의 희망을 품고 손해를 감수했다. 회사 미래를 위해 투자는 멈출 수 없었다. 개성공단 폐쇄가 예상보다 길어졌고 새 정부 들어서도 '희망고문'은 계속 됐다.

그러다 올 1월31일 입금예정이었던 미국 수출대금 지급이 늦어졌다. 지금 돌이켜보면 해프닝에 가까운 실수였지만 부지 담보마저 은행본사에서 거절되면서 부도를 맞게 됐다.

다행히 법원은 자금경색이 일시적이었고 대화연료펌프 기술력과 시장지배력을 높이 사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유 대표는 "개성공단은 (주)대화연료펌프가 우리 전문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전문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는 기반이 된 기회의 땅이자, 일순간 기업회생으로 몰아간 아픔의 땅"이라며 "그러나 개성공단 입주를 후회한 적도 없고, 남북간, 북미간 관계개선으로 하루 빨리 개성공단이 재개돼 한반도 평화와 한민족 공동번영에 기여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80세로 개성공단 입주기업 중 최고령자다. 개성공단기업책임자회의(투자자회의) 초대 회장을 역임했다. 양복 상의에는 늘 '개성공단' 배지가 달려 있을 정도로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개성공단 폐쇄에도 유 대표는 R&D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인도에 인연을 맺은 것을 계기로 역동적인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자동차, 그리고 전동모빌리티를 미래 먹거리로 삼은 것이다.

이렇게 전동퀵보드와 삼륜 전기차가 탄생했다. 전동퀵보드와 삼륜 전기차는 지난 3년간 약 5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들여 완성한 '에코 시리즈'의 일부 모델이다. 다른 회사 제품보다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것은 37년째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면서 쌓은 노하우와 지구상에서 가장 제조경쟁력을 갖춘 인도공장과 개성공단에 생산시설을 갖췄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유 대표는 "세계최대 오토바이 시장인 인도 대기업과 합작회사 산달 대화를 설립했으며 빠른 시일 내 오토바이용 전기식 연료펌프 양산에 나설 예정이다. BLDC펌프 양산시 1000억원의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며 "37년을 키워온 전통적인 사업품목인 연료펌프와 휠타의 기초 위에 신성장동력인 방위산업 및 전통퀵보드 사업을 한국, 인도, 개성 및 중국 등 우리 회사의 세계적인 생산처의 융복합 역량으로 연내 보다 진보한 상태로 회생시키겠다. 개성공단 기업의 저력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