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진 경기파주경찰서 교통관리계 경사

 

노인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교육을 다니면서 혹시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하여 애써 큰 소리로 "할머니~ 무단횡단하시면 사고날 수 있어요." "꼭 찻길 건너실 때는 차가 오는지 보고 건너셔야 해요~"하고 말하곤 한다.

그럴 때면, 경찰 제복을 입고 노인정까지 와서 교통사고 당하지 말라고 말해주는 내게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다짐을 해 주지만 뒤에 이어지는 말들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내가 80살이 넘었는데 아직 한 번도 차량에 부딪힌 적이 없어, 우리집 앞에 있는 찻길을 차가 잘 안다녀서 사고 날 일이 없어, 내가 천천히 걸어서 차들이 알아서 다 세워준다니까' 등 편안한 말들도 하신다.

그렇게 생각하면 큰일난다고 펄쩍 뛰기도 하고, 요즘 운전자들이 조급하고 난폭하게 운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씀드리지만 도무지 진지하게 들어주지를 않는다.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가 한해 평균 1만 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 제출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최근 5년간 발생한 노인보행자 교통사고 건수는 모두 5만7574건으로 집계됐다.


2014년 1만825건에서 2015년 1만1532건, 2016년 1만1425건, 2017년 1만1977건, 2018년 1만1815건으로 좀처럼 감소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런 수치가 무색하리 만큼 노인들의 행동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길을 건널 때, 차가 오는 방향으로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으면서도 그러한 행동이 얼마나 위험했는지 전혀 생각지 못하는 것이다.

걸음도 빠르지 못하고, 청력도 약한 노인들이 운전자가 막연히 알아서 세워주겠지 하는 믿음만으로 무단횡단을 감행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평생을 살아오면서 굳어져버린 '설마'하는 마음과 '사고만 안 나면 돼'라는 안전불감증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된다.

경찰과 지자체는 노인들의 이러한 무의식적 행동을 감안해 노인 이용시설 주변에 중앙분리대를 설치하고 지속적으로 방문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노인보호구역을 지정해 차량 운행 제한속도를 30㎞로 하향시켜 도로를 횡단할 때 생길 수 있는 위험 요소를 강제로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보행의 주체인 노인 스스로 주변 안전을 확인하고 횡단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 빨간불이 아닌 초록불, 즉 보행신호를 지켜야 한다는 것은 철부지 유치원생도 아는 사실이다. 이러한 아이들 앞에서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는 어른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나의 안전은 누가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지켜야 한다. 나는 보행자니까 당연히 차를 세워주겠지 하는 마음보다는 보행신호를 먼저 확인한 후에 차가 오는지를 또 확인하고 건너야 한다.

/경기파주경찰서 교통관리계 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