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식구 감싸는 검찰 손봐야

 

▲ 더 강한 그물(罔망)을 만들기 위해 실( 사)을 덧붙여 網(망)을 만들었다. /그림=소헌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삼황三皇은 고대 제왕으로서 천황天皇과 지황地皇 그리고 인황人皇을 말한다. 그중 천황은 용사龍師라고도 하는데 그가 바로 복희伏羲다. 복희는 배달국 5대 환웅인 '태우의 환웅'의 막내아들이며, 구이(九夷·9개 동이부족)를 이끌던 수령이었다. 팔괘를 처음으로 만들어 역易철학의 시조가 되었으며, 그물을 발명하여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쳤다.

그물이란 노끈이나 실 또는 쇠줄 따위로 여러 코의 구멍이 나게 얽은 물건으로서 무언가를 꾀거나 잡아 가두는 대명사로 쓴다. 罪(허물 죄)는 법망(망)으로 사람 같지 않은(非비) 짓을 한 자를 가두는 것이며, 罰(벌줄 벌)은 죄질이 나쁜 죄수는 감옥()에 가두어 심문(言)한 후 칼(도)로 형벌을 내리는 것이다.

망루대어(網漏大魚) 그물이 새면 큰 물고기만 빠져나간다. 법法은 큰 물고기만 빠져나가는 촘촘한 그물이다. 그 안에는 작은 물고기만 남는다. 법은 평등을 기초로 한다. 그러나 최근 5년간 범죄기소율 통계에 있어 힘없는 일반기소율은 40%이며, 법을 집행하는 검사기소율은 0.1%라고 한다. 큰 물고기인 검찰의 특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網 망 [그물 / 규칙 / 법망法網]
①물고기를 잡는 그물(罔망)은 두 글자가 합쳐졌다. ②굵은 벼리()와 그물 코(乂+乂)를 표현한 //(그물 망)과 亡(망할 망)이 그것인데, 그물에 걸린 물고기는 망했다고 봐야 한다. ③사람들은 더 강한 그물(罔망)을 만들기 위해 실(실 사)을 덧붙여 網(그물 망)을 만들었다. ④이에 반해서 날짐승을 잡는 그물은 羅(라)다. 망라網羅는 물고기와 새를 구분하지 않고 널리 빠짐없이 모은다는 뜻이다.
漏 루 [새다 / 구멍 / 틈]
①지붕(尸시)에서 빗물(雨우)이 새는 글자가 (샐 루)다. ②사람이란 눈으로 봐야 직성이 풀리는데, 여기에 구체적으로 물(수)을 더하여 漏(루)를 만들었다. ③문자는 다양하고 복잡해지는 경향이 있다. 보통은 원래 글자가 다른 뜻으로 바뀌어 글자를 추가하여 새로 글자를 만드는데, 網(망)이나 漏(루)와 같은 글자들은 불필요하게 첨가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門前雀羅(문전작라) '문 앞에 참새그물을 쳐놓다'는 뜻이다. 세력이 약해지면 찾아오는 손님도 끊어진다는 뜻이다. 이번 20대 국회 법안처리율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였다. 마치 국회의사당 앞에 그물이라도 쳐놓은 것 아닌가 싶다. 국회의원이 일하지 않으면 세력이 약해지고 결국에는 민중들은 등을 돌릴 것이다.

蒙網捉魚(몽망착어) '어리석은 사람이 그물을 머리에 쓰고 물고기를 잡다'는 것이니, 무척이나 행운이 좋았음을 이르는 말이다. 어찌어찌하여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마지막까지 제대로 일해야 한다. 지난 회기에서 여야與野가 합의한 공수처법안과 검경수사권조정법안 등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사법개혁법안을 처리하지 않고 21대로 미룬다는 것은 民意를 거스르는 것이며, 잡힌 물고기가 그물을 뚫고 달아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